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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사표/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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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사표/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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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 경비과장 양혁경정(41)이 1일 사표를 낸 행동은 시위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모든 책임을 경찰에 돌리는 현실과 학생과 경찰이 원수처럼 끝없이 맞서는 상황에 대한 항의로 보였다.『강경대군 사망에는 누구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고 전제한 양경정은 『그러나 진압복을 입고 시위진압에 나설 때마다 유서를 품고 다니는 경찰간부나,명령에 의해 시위진압을 하는 전경들은 무슨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양경정은 또 『학생들이 사회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잉진압을 야기하는 과격시위는 학생들이 원하는 정치·사회전반의 민주화에 오히려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쟁아닌 전쟁을 치르며 학생들과 경찰이 적이 돼버린 현실에서 더이상 경찰생활을 할수 없다』며 사표반려를 단호히 거부한 양경정은 14년간의 경찰생활을 스스로 마감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이날 상오 경비과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양경정은 많은 말을 했지만 그동안 젊음을 바쳐 몸담아온 조직을 떠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경찰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없이 이대로 주저앉아 자괴감과 함께 선후배들에 대한 미안감을 금할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경정이 사표를 제출한 시간에도 강군의 시체가 안치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서는 쇠파이프와 돌로 무장한 학생들이 『강열사를 죽인 폭력경찰이 시신을 탈취,부검한 뒤 사건을 축소조작하려 한다』며 경찰의 진입에 대비,입구에서 삼엄하게 경비를 계속하고 있었다.

강군치사 사건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경찰에 대한 깊은 피해의식과 폭력경찰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채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경찰의 학생들에 대한 피해의식은 이처럼 뿌리깊은 것이었다.

너무도 오랫동안 서로를 적대시해온 경찰과 학생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과연 서로 원하는 이 땅의 「안정」과 「민주화」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경찰과 학생들의 충돌이나 희생은 되풀이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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