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이냐 성장이냐. 어느쪽에 우선을 둬야하는가. 지금 이 문제를 놓고 최각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사이에 시각의 편차가 드러나고 있다. 이 우선논쟁은 늘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것이다. 경기가 과열이나 침체 어느한쪽 극단에 치우쳐 있을때는 처방이 뚜렷하므로 이런 시비가 있을 수 없다. 과열도 아니요,침체도 아닌 회색상태에서 시비가 일어난다. 이런때에 안정,성장 어느쪽이든 반쪽의 진리를 담고 있다. 바꿔말해서 정말로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어떠한 처방이 필요한가,또한 경제부총리와 수석의 불협화음이 공개적으로 증폭돼도 괜찮은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에서 최부총리는 『최대 과제는 물가안정의 조속한 회복』이라고 단언하고 처방으로 『거시적 측면에서 투자선별,소비절약 등 총수요관리,미시적으로는 요소가격 특히 임금의 안정이 중요하다』(26일 한국능률협회 주최정책간담회)고 했다. 한편 김수석은 『물가안정,국제수지개선,제조업경쟁력 강화,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이 현재의 경제정책과제다』라며 『특히 경제의 기본틀인 제조업과 사회간접자본의 기반 강화가 시급하다』(26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주최 간담회)고 했다.
그는 물가안정보다는 오히려 경제의 하부구조 강화에 역점을 두는것 같다. 김수석은 『제한된 자원과 능력으로 당면한 현상문제 해결에 중점을 둘것인지,성장잠재력을 키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진정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책입안과 집행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봐야겠지만 최부총리와 김수석의 접근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것 같다. 서로다른 경륜,위상,정책관 및 감각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최부총리는 관계,재계를 거친 공화당 사무총장 민자당 정책위의장 출신의 중견정치인,경력으로보나 능력으로보나 한국의 최고경제정책가의 한사람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한국경제의 비약적 성장기인 3공 20여년 동안에 경제와 더불어 성장,농수산·상공장관까지 역임한 정통 엘리트관료 출신인 그는 체결적으로는 오히려 성장주의자다. 그러나 지금은 안정제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올해들어 4개월 동안에 소비자 물가의 등귀는 5.5%,이 추세면 올해 두자리수의 인상은 분명하다. 특히 아파트 등 주택값의 인상과 이에 따른 전·월세의 앙등,교통요금 인상,음식물비의 앙등 등 생계비의 폭등은 서민가계를 위협한다. 한편 수출경기회복과 신도시건설 등 동시다발형의 건축경기의 과열은 인력부족과 시멘트 철근 등 건축자재와 각종 원·부자재 부족을 심화시켜 인플레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5월의 본격적인 노사 임금협상에도 큰 압박을 주고있다. 잘못하면 물가억제의 둑이 무너질 상황이다. 물가안정이 가장 긴급한 과제인것은 분명하다. 우선 이 발등의 불부터 끄는것이 순리다. 여기에 이의는 거의 없다. 김종인 수석은 이에 대해 『비록 공권력이나 통화긴축으로 물가를 잡는다해도 일시적효과에 그칠것』이므로 『성장기반 확충이 긴요하고 따라서 이를위한 재정확대에 대한 비판은 옳지않다』는 주장이다.
교수 출신의 정치성 강한 이코노미스트라는 김수석은 당면 경제현상을 시공간적으로 다소 거리를 두고 보는것 같다. 문제는 지금 그만한 여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돈줄죄는 정책은 모두에게,특히 재계에 인기가 없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인플레를 잡으려면 금융 및 재정팽창 억제가 요구된다.
우려되는 것은 최부총리와 김수석의 엇갈린 시각이 가져올지 모르는 경제정책의 혼선이다. 수석은 대통령의 귀를 잡고있다. 경제정책의 일선총수인 최부총리가 정책의 일관성과 리더십을 유지하는데는 김수석의 협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수석의 목소리는 낮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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