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 증가… 투자가 저축앞서 초과수요/자금난·물가상승 더 부채질건설경기 과열이 올들어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부각되고 있다.
29일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지난해 무려 27.9%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과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건설경기 과열양상은 실물 경제면에서 철근 시멘트 등 건자재 수급 차질과 건설노임 상승을 부채질,물가와 임금 양쪽에서 상승압력을 선도하고 있다.
또 금융측면에선 자금이 사실상 소비성 지출인 건설투자쪽으로 쏠리면서 제조업의 설비자금 몫을 잠식,자금난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기획원의 국내 총수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부문에서 우리 경제 능력을 웃도는 과잉투자가 이루어진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국민소득 계정상 건설투자는 국민총생산(GNP)의 22.3%를 차지,금액으론 무려 3조7천억원에 달했다. 지난 88년 한해동안 건설투자 총액이 19조9천억원 수준이었으므로 불과 2년새 배에 가까운 17조8천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반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투자 규모는 88년과 비교할때 겨우 6조8천억원이 늘어난데 그쳤다.
정부가 그동안 2조원의 저리특별설비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투자촉진 노력을 펼쳐왔지만 늘어난 투자재원의 대부분이 건설부문으로 몰려버린 셈이다.
엄격히 따져 건설투자도 소비가 아닌 이상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라면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해의 경우 건설투자가 예상밖으로 대폭 늘어난 결과 국내 총 투자가 총 저축을 웃도는 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투자가 저축보다 많다는 것은 그 차액만큼을 외국에서 차입해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말해 지난 60·70년대 개발연대 시절처럼 투자를 위해 해외차관을 들여와 경상수지 적자 확대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행 우리 경제규모에서 투자와 저축의 격차가 GNP의 1% 정도면 대충 20억 달러 가량의 외자도입이 필요하고 그만큼 국제수지 악화요인이 된다는 것이 기획원 실무자들의 추산이다.
지난해이후 우리 경제는 실업률이 평균 2∼3% 수준을 유지하면서 제조업 등 일부에서 심각한 인력부족 사태를 빚고 있어 사실상 완전 고용상태로 추정할 수 있다. 완전 고용상태하에서 투자가 저축을 웃돌 경우 그만큼의 초과수요(인플레 갭)는 물가상승과 자금난을 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기획원 실무자들은 현재 우리 경제가 건설경기 과열로 인해 건자재 수급차질과 건설 노임 상승,기업자금 경색,국제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있다고 분석한다.
자금난을 덜기위해 통화공급을 늘리자니 물가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긴축기조를 풀기 어렵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곧장 대출금리 인상과 연계돼 기업의 금융 비용을 높이는 쪽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건설업종의 임금인상폭은 총액기준 25.1%로 전산업의 평균치 18.8%를 크게 앞질러 다른 부문의 임금인상을 선도했다.
또 주택분양 물량이 당초 예상인 60만호보다 대폭 늘어난 75만여호에 달한 결과 민영주택 대출자금 등 주택관련 대출이 민간여신 증가분의 30%에 육박했다.
이같은 주택경기 과열추세는 올들어서도 계속돼 1·4분기중 건설 투자는 지난해 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올해 국내 투자율도 38∼39%에 달하면서 투자저축의 초과수요가 GNP 3%선까지 확대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시각을 종합하면 물가 및 임금상승,자금난,국제수지 악화 등 우리 경제의 현안을 직간접적으로 해소하는 돌파구를 건설경기 진정에서 찾겠다는 결론인 것이다.
민간부문의 건설경기가 다소 진정될 경우 최근 심각한 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여력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것.
기획원 관계자는 올 1·4분기중 실질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9%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건설경기 축소에 따른 성장감속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건설부 등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건설경기 위축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비화될 소지가 적지않아 주택가수요 및 투기를 잠재울 강력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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