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살해로 처형된 백인 없어/백인 살해 경우 극형확률 4배/남부선 초심·무능 변호사선정 “일쑤”『미국에 사형제도가 부활된 지난 76년 이후 처형된 사형수 1백44명중 흑인을 살해해 처형된 백인은 단 한명도 없다』
『미국 건국이후 집행된 총 1만6천건의 사형사례중 흑인을 살해해 사형을 받은 백인의 예는 30건에 불과하다』
미국 조지아주 형무소 사형수 감방에 있는 워렌·매클레스키가 지난주 연방대법원에 보낸 청원서에 적혀있는 통계다. 매클레스키는 이 통계를 들어 흑인인 자신이 백인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법정 최고형을 받게 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비난 매클레스키의 예를 들지않더라도 백인을 살해했을때 사형을 언도받을 확률은 흑인을 살해했을때 보다 4배나 높다는게 미사법계에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만인에게 평등해야할 법앞에서 마저 혹심한 인종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매클레스키의 청원서를 받아든 연방대법원은 『전반적인 사법제도내에 이와 같은 특정통계수치가 있다』는데 일단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통계만을 들어 『피해자가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구형받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매클레스키 청원을 묵살했다.
이 문제를 보도한 시사주간 타임지는 미주판 최신호(4월29일자)에서 사형제도를 실시하는 미국내 36개주중 대부분의 주에서는 생과 사의 갈림인 사형이 『죄질과는 별 상관없이 구형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지는 오히려 피해자의 피부색이나 변호인의 능력이 사형 구형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법률 전문가들도 피의자의 인종이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단적인 방증은 전체인구의 12%를 차지하는 흑인이 사형대기수 중에는 절반이라는 사실이다.
한 법률학자는 이러한 차별을 현행사법절차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의 형량은 검사의 구형과 배심원의 평결 그리고 판사의 판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금년초 조지아주의 콜럼버스시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사건에서 이 같은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콜럼버스에서는 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중 하나는 제임스·칼드웰이란 백인이 자신의 12살난 딸을 성폭행한뒤 살해하고 10살된 아들을 칼로 마구 찔러댄 엽기적 사건이었다. 또하나는 제리·워커라는 흑인이 가게를 털던중 인근 군기지 사령관의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백인이었다.
재판 결과 워커는 사형,칼드웰은 종신형이었다. 칼드웰의 재판이 5주나 끈반면 워커의 재판은 12일만에 끝났다. 배심원들의 평결로 97분밖데 안걸린 속성이었다.
문제는 변호사 선정에도 달려있다. 인종착별의 잔재가 남은 남부의 여러주에서는 아직도 법원이 임의로 변호인을 선정한다. 이때문에 가장 주의를 요하는 사형수의 변론을 무능한 변호인들이 떠맡기 일쑤다.
한 법률전문지에 의하면 이들중 사형관계사건을 처음 담당하는 초심지가 절반을 넘었다. 어떤 변호인은 피고인을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조지아주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에디·리·로스를 담당했던 한백인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인 로스를 「깜둥이」라고 불러댔다. 알고보니 이 변호사는 50년동안 백인우월단체인 KKK단의 지역책임자였다. 로스는 현재 전기의자에 앉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눈을 가린채 천칭과 칼을 들고 서있는 「법의 여신」처럼 미국의 판사들이 모두 눈을 감고 재판을 진행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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