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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개국 대표 유엔서 불어경연(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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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개국 대표 유엔서 불어경연(세계의 창)

입력
1991.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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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4월 각국서 2명선발 결승/받아쓰기로 실력겨뤄/「세계공용어 위상지키기」 6년째 계속전세계 불어사용자들이 그들의 어학실력을 겨루는 불어받아쓰기(딕테) 세계결승대회가 내년 4월 유엔본부에서 1백62개국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거행된다.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프랑스정부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매년 세계각국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이나 알리앙스 프랑세즈 불어학원에 예선을 실시,여기서 선발된 각국 대표 2명씩이 모여 결승을 갖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대회는 프랑스 상원 본회의장에서 각국 우승자 76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는데 상원의원인 공화국연합당(RPR)의 샤를·르파스콰 전 내무장관 등 의원 6명도 참가했다.

프랑스의 불어받아쓰기,즉 철자법 열기는 텔리비전이 매일 관련프로를 방송하고 우승자에게 수만프랑의 상품을 주는데서도 엿보인다.

90년대회도 국영텔리비전과 해외라디오로 중계됐으며 받아쓰기문제는 저명한 독서평론가이며 독서월간지인 「리드」(읽기)지의 베르나드·피보편집장이 낭독했다.

프랑스가 6년째 이 대회를 전세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세계속에서 불어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전세계의 프랑코필(프랑스 애호자)축제로 확대해보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 노력은 동시에 불어가 날이갈수록 영어에 밀려 세계공용어의 위치를 상실하고 있는데 대한 초조한 반응이기도 하다.

불총리실자료에 따르면 불어 사용권의 세력은 중국어,영어,힌두어,러시아어,스페인어 등에 이어 세계 11위로서 1억5백만명이 완전히 말하고 5천5백만명이 가끔 사용하며 1억명이 외국어로서 해독하고 있다. 특히 영어를 빼면 전세계에서 교육되는 유일의 외국어라는 자랑이다.

이러한 불어의 위력은 주로 프랑스의 옛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등지에서 약 40개국이 참가하는 독특한 불어권 정상회담에서 드러난다.

때문에 프랑스는 불어권 담당장관은 두고 불어권을 위한 많은 정부간 국제기구 공공기구 사설기구를 운영하면서 불어권을 「관리」한다.

그러나 이같은 불어의 위상은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다. 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알제리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아랍어의 일반화를 위한 법안을 압도적으로 의결했다. 이는 언어의 이슬람화를 강행하는 언어의 「독립선언」이었다. 일부 프랑스언론에서는 기술언어나 학문어로서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 법안은 지방행정을 1년반내에,대학교육은 97년까지 아랍어도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알제리의 한 언론은 지난 89년 『알제리는 한개의 언어로 충분하며 불어는 영어로 대치돼야한다』고 주장했었다.

또 모로코나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탈불어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불어가 직면한 위협은 외부에만 있는게 아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발견 등으로 노벨상을 8회나 수상한 파스퇴르연구소는 89년 연구논문집 발간에 영어 논문만을 수록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불어의학살」이란 집중포화를 맞고 이를 철회했다.

이 연구소는 영어논문이 8할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불어논문은 감소하는 추세를 현실로 받아들이려 한 것이다. 전세계의 기술서적은 50%가 영어로 출판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독재체제의 승인이라는 내외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방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동구유일의 불어권 국가인 루마니아를 찾은 것도 「불어중흥」을 위한 안간힘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고 있다. 불어권은 프랑스의 식민주의 시대의 향수를 일깨우는 자산인 동시에 그 발목을 잡고있는 부채이기도 하다. 세상이 바뀌면 협력관계도 바뀔 수밖에 없다.

유엔본부의 「딕테대회」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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