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정치자금” 맞설듯/「외압」여부 관련자 폭로없는한 규명한계수서택지 특혜공급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68)과 관련자 등 9명에 대한 첫 공판이 29일 상오10시 서울 서초동 형사지법 대법정에서 기소 55일만에 열린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관련피고인들을 기소한 후에도 해명성수사·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여론이 계속됐던 만큼 수사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법정에서 드러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소장에 이미 나타난 한보그룹 정회장과 이원배·이태섭·오용운·김태식·김동주의원 및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 등 관련피고인간에 오간 금품거래 사실보다 수서택지 분양을 가능케한 「외압」의 실체와 한보로비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가 초점이된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가 없기때문에 누군가가 법정에서 「폭탄선언」을 하지않는한 밝혀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소사실을 놓고 유무죄공방이 벌어질 경우 의원 5명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것이 틀림없는데다 재판외적인 정치적 성격으로 인해 매회 재판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최대쟁점은 정회장이 수서택지를 특별공급받는 대가로 의원들과 장 전비서관에게 준 12억5천만원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것.
검찰은 이 돈이 직무와 관련해 받은 것이므로 명백한 「뇌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들과 40명의 변호인들은 청원접수 및 처리는 의원들의 고유업무이므로 당연히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미 법원에 정회장의 진술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까지 제출해 놓고 뇌물액수·수수시기·용도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의 판례가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유죄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대해 변호인측은 이 사건이 주택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등의 행정난맥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금품수수도 사후에 부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정에서의 유·무죄 논쟁이 뜨거워질 경우 정회장이 증인자격으로 의원들과 법정대질신문을 할 개연성도 크지만 홍성철 전 청와대비서실장,고건·박세직 전 서울시장 등 고위인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검찰은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앙수사부 2,3,4과장 등 고등검찰관 3명을 모두 투입키로 하는 한편 검찰직접 신문사항만해도 정회장 70항,장 전비서관 60항,기타피고인 40∼20항씩 작성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마쳤다.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정회장으로부터 받은 금품이 정치자금임을 입증하기 위한 법리구성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증인신청 대상자를 선별,변호인 반대신문 사항을 작성해 왔다.
사건을 맡은 서울형사지법 합의30부(재판장 이재환부장판사)는 재판때마다 방청객·취재진 등 엄청난 인원이 몰릴 것을 우려,첫 재판때부터 방청을 제한할 방침이었으나 자칫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29일 첫 공판은 방청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방청객이 지나치게 몰리거나 법정소란 등이 발생할 경우 2차 공판부터는 방청을 제한할 것을 검토중이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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