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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 사망후유증 우려/문책·사과이어 과잉진압 개선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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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 사망후유증 우려/문책·사과이어 과잉진압 개선하라(사설)

입력
199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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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1년생 강경대군이 시위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젊은 학생이 공권력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가 깨져 푸른 꿈도 펼쳐보지 못한채 져버렸다니 이런 비극이 어디 또 있겠는가. 지금 국민들의 심정은 그 아들을 잃은 부모와 다를바 없어 끝없는 탄식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울러 우리사회가 언제까지 이같은 비생산적이고 몰이성적인 전투적 열병에 사로잡혀 자기파괴를 계속할 것인지 자괴의 심정마저 금할길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탄식·분노·자괴에 잠겨있을 수만은 없는 이치이다. 이럴때야말로 냉철한 자기반성과 응분의 책임,그리고 이같은 비극의 재발방지를 담보할 총체적 체질개선의 노력도 당연히 촉발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번 비극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명하다. 자체조사에 나선 경찰의 발표처럼 소위 「백골단」으로 불리는 학생시위전담 사복 체포조의 과잉진압 때문이었다. 화염병으로 대항하다 전경의 최루탄공세에 밀려 담을 넘어 후퇴하려는 강군을 백골단 4명이 에워싸고 쇠파이프로 무차별 난타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살인사태를 빚은 이같은 과잉진압의 징후는 최근들어 부쩍 심해졌고 시국치안 확보에 몰린 치안당국에 의해 은연중에 강요되어 왔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위학생과 같은 또래의 젊은 전경들에게 시위의 단순진압보다는 공격위주로 전환케하면서 휴가 등 보상을 내거는 유인책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위진압은 시위대에 대한 공격으로 치닫다 못해 공격을 위한 공격의 형태로 빗나가는 경우도 생겨 급기야 큰일을 저지르고 만것이다.

검은 테이프를 두른 쇠파이프는 과거 조직폭력단의 패싸움에서나 볼 수 있던 흉기였다. 그런 흉기가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공권력의 손에 마저 부끄럼도 없이 등장,과잉진압의 살인 폭력을 불사하기에 이르러서야 국민적 신뢰는 고사하고 이에맞서는 학생들을 자극,과격화강도가 높아지면서 효율적 시위진압효과는 오히려 줄어들게 됐을법하다.

결국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는 가해 전경이나 소속지휘관 정도로 끝날수는 없음을 분명히 지적해둔다. 따라서 정부가 이와관련,안응모 내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전경들의 무분별한 과잉진압행위의 잘못을 시인,시정한 것으로 긍정평가된다. 그러나 과잉진압추세의 경찰의 대응에 법과 질서유지를 맡기고 밑도끝도없이 「공안정국」 타령이나 하고있던 정치권에도 직·간접 책임을 묻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 강군사건으로 새삼 부각된 학생들의 시위양태에 또다른 문제가 있음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학생시위의 주된 이유가 과거의 정치·시국적 이슈를 벗어나 차츰 학내 문제로 좁혀지고 있는데,시위행태는 여전히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한 폭력투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명지대 시위도 학내 등록금문제가 총학생회장 구속사태를 유발하면서 화염병 시위로까지 에스컬레이트 되었다고 한다.

이같은 일부 학생들의 구태의연한 과격자세를 오늘날 달가워할 국민들이란 없다. 하물며 그런 시위행태가 공격적 집압과 공안정국의 빌미가 된다는 국민적 걱정마저 끼치고 있음을 학생들도 차제에 깨달아 평화적이고 이성적 의사표시의 지혜를 터득할 시점임도 지적해두는 바이다.

강군의 희생은 우리 정치권에 일파만파의 엄청난 충격파를 몰아왔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여권도 이례적으로 신속히 국민앞에 사과하고 국회조사단 구성에도 합의했으며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까지 들끓는 여론과 표류 정국의 조기수습을 위해 대책을 숙의했다.

이에대해 야권은 이번 사건을 「공권력 살인」으로 규정,내무장관을 포함한 책임자 처벌은 물론이고 대통령사과 및 내각총사퇴를 촉구하는 일대 정치공세를 전개할 움직임이다.

정부·여당은 시기가 시위가 활발한 봄철인데다가 김주열군과 박종철군 사건의 비극적 악몽을 되새길수 있음을 상기,근원적 문제해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직한 진상조사와 신속하고 합당한 문책조치는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정치적 논란의 초점이 되어온 「공안정국」 시비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일대 개선자세를 일응 보여 줄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성실한 수습을 고비로 그동안 흔들렸던 후반기 구도의 정치력도 회복,산적한 난제해결에 나서야할 막중한 책임의식도 동시에 잃지말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냄비정국」이란 말이 상징하듯 언제나 한가지 큰 사건만 일어나도 제정신을 잃고 문제해결을 미룬채 표류만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 쌓여있는 할일만도 개혁입법을 비롯,물가·통상·민생치안·지자제 등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끊임없이 터져나온 수서·페놀오염·원진근로자 자살사건 등의 태풍권에 밀려 할일을 마냥 미뤄왔었는데,이번 사건으로 제정신를 또 잃었다간 진정 나라장래가 큰일이라 하겠다.

야권의 책임도 여권 못지않다. 차제에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공권력의 남용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근원적인 수습과 공안당국의 자세전환을 이끌어낼 책무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국표류나 정치력상실 사태에 야당의 책임 또한 부인치 못할진대 이 사건을 규탄하는 여론에 편승해 공세만을 위한 대정부공세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해서는 더 큰 정치실종 사태가 올수 있음도 자각해야 한다.

강군의 희생은 더 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지금은 여야정치권과 정부당국,그리고 학생 및 국민모두가 이같은 비극의 재발방지에 마음을 합칠때이기도 하다. 더이상의 갈등과 비생산적 자기파괴는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정치권의 겸허한 반성과 지도력 회복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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