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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학생등 천여명 조문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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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학생등 천여명 조문행렬

입력
199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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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실 주변과 경찰표정/어머니 밤새 세차례나 실신 주위 “눈시울”/내무부­시경 일손놓은채 초상집 분위기○…강군의 시체가 안치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 주변에서 밤샘한 학생 2천여명은 27일 상오 각목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학생 수백여명을 남겨둔채 20∼30명씩 학교주변 도로에서 행인과 운전사들에게 강군의 사망경위와 투쟁일정을 알리는 전대협 유인물을 배포하며 규탄대회 참여를 호소.

○…영안실에서는 전날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신원을 일일히 확인하는 등 출입을 통제.

27일 아침 일찍 문익환목사 계훈제씨 백기완씨 박형규목사 등 재야인사와 이기택 민주당총재 노승환 신민당 최고위원 등 정당인사,민가협 유가협 회원들이 조문했고 대학생 시민 등 천여명의 조문객이 종일 줄을 이었다.

○…유족들은 다소 평정을 되찾는듯 했으나 어머니 이덕순씨(40)는 26일 밤11시부터 세차례나 실신,응급실로 실려가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재임 1년1개월로 내무부장관으로선 「장수」한 안응모 전 내무장관은 하오7시께 국회에서 내무부로 직행,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임의사를 표명.

안전장관은 『강경대군 사건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될 불상사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침통하게 말한뒤 『6월에 실시될 광역의회 의원선거를 완벽하게 치러내 지방화시대를 여는데 기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피력.

안전장관은 또 『경찰도 시위진압때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겠지만 우리사회에서 불법폭력시위는 근절돼야할 것』이라고 강조.

○…김원환 서울시경 국장은 27일 『국민과 유족에게 매우 죄송하다』며 『빠른 시일안에 진상을 정확히 규명,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은폐나 축소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떳떳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

김국장은 이날 상오 초췌한 표정으로 기자실에 들러 『이런 사고가 날까봐 기회있을 때마다 누차 교육을 강조해왔는데 허사가 되고 말았다』며 허탈한 표정.

서울시경은 26일밤 계장(경정)급 이상 거의 전직원이 철야했고 27일에도 모두 일손을 놓은채 초상집같은 분위기.

○…명지대측은 27일 정세욱 부총장과 보직교수 7명으로 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검찰에 명확한 사인진상규명을 요구.

정부총장은 『전 교무위원과 교직원이 참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에서 강군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

◎아버지 강민조씨 일문일답/그토록 착했던 내아이 죽어야하는 현실 원통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50)는 27일 새벽 신촌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왜곡하려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진상을 밝히는데 전생애를 걸겠다』며 『정부도 사건을 호도하지 말고 진상을 밝히는 길만이 사태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나.

▲내 아들은 명백히 경찰에 맞아죽었다. 무엇보다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겠다. 내 아이가 죽음을 당한 명백한 경위를 밝혀달라. 정부가 사건을 호도하지 말고 솔직하게 진상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 지금은 아들을 청와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아들이 평소 성격은.

▲그애는 시골 고향애들보다 더 순진하고 착했다. 그렇게 순진한 아이가 왜 죽음을 당해야 하는가.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착한 아이가 죽어야 하는 현실이 원통하다.

­가족들은 현재 어떤 심정인가.

▲「자식이 죽으면 부모가슴에 묻힌다」는 옛말이 이처럼 뼈저릴수가 없다. 아내와 딸이 몇차례나 실신했다. 나도 실신할 지경이지만 진상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강군의 장지는.

▲경대는 이제 국민의 아들이므로 범국민 대책회의와 학생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평소 강군의 학교활동은.

▲지난달 중순께 머리를 다섯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고온 적이 있어 혹시나 했으나 자신의 앞가림은 스스로 잘할 것으로 믿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숨진 강경대군/시위 구경하다 최루탄부상후 현실문제 고민/사고당일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부모에 메모

비명에 간 강경대군은 중고시절에 밝고 쾌활했으며 대학입학후부터 현실문제를 인식,고뇌하기 시작했다.

강군은 중장비 대여업체인 국일펌프카 대표 강민조씨(50)와 이덕순씨(40)의 외아들로 누나 선미양(21)도 같은 명지대 중문과 3학년 재학중이다.

단대부중과 휘문고를 나와 재수끝에 올해 명지대에 입학한 강군은 지난달 22일 학생회관 옥상에서 동료학생들의 시위를 구경하다 머리위에서 터진 다연발최루탄의 파편에 얼굴을 다치면서 현실을 고뇌하는 학생으로 변해갔다.

강군은 이 사건이후 교내의 이념노래서클인 □□(땅의 사람)에 가입했고 4.19집회를 비롯한 각종 교내집회에 활발히 참여했다.

사망당일 아침일찍 집을 나서면서 『학교다녀오겠습니다. 빨리 돌아오겠습니다』라는 메모를 부모에게 남길만큼 섬세한 성격이었던 강군은 시위선봉대와 본대사이의 연락역할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강군의 일기와 서클 낙서모음집에는 대학초년생의 현실갈등이 잘 나타난다.

『나의 걱정은 우리나라의 장래와 현실의 어려운 상황들이다. 정치를 해도 너무 못한다. 전경들이 늘고 그들의 무기도 개량되고,민생치안도 엉망이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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