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의 실례 “정권차원 공세/야/잇단 악재에 곤혹 “조기수습”/여강경대군 폭행치사 사건은 단호한 문책인사 단행으로 수습국면을 맞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 사건이 분노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신민·민주 등 야권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이 사건을 정권차원으로 확대시킬 태세이고 민자당은 문책인사 이후의 여론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하오 이번 사건의 수습을 위해서는 문책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굳히고 정해장 비서실장 주재로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
이 자리에서는 문책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결국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내무·경찰행정의 총수인 내무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
정비서실장은 이날 하오 6시께 헬기편으로 급거 청남대로 내려가 노태우대통령에게 대책 회의 내용을 보고 한뒤 안내무장관의 사의도 함께 전달.
정실장은 내려가기전 김영일 사정수석 등과 논의된 내무장관 후임 인선대상자를 노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상연 민정수석비서관이 낙점.
내무장관 후임자로는 내무차관 출신인사 및 치안본부장 출신,내무행정에 밝은 민자당인사 등 4∼5명이 거명됐는데 내무부 출신들은 한결같이 「상처」가 있고,민자당 인사들은 6월의 광역의회선거 실시와 관련돼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 부시장과 대구시장을 역임,내무행정과 인연이 있는 이민정수석이 낙점됐다는 후문.
치안본부장과 서울시경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문책인사에서 제외된것은 경찰조직 전반에 대한 사기문제와 곧 있게될 경찰청 발족에 따른 대규모 인사 등 여러가지 사전준비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중론.
○…신민당은 사안의 성격상 강도 높은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도 이의 관철을 위한 수단 선택에는 신중한 태도. 즉 향후 재야와의 형식적 연대에는 긍정적이면서도 「행동화」에 대해서는 「사안별 검토」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자제.
신민당은 이날 상오에 긴급최고위원 회의와 김대중 총재의 기자회견을 잇따라 갖고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노재봉 내각 총사퇴 등 당의 대응방침을 공표하는 등 신속한 대응.
김총재는 상오 9시20분께부터 20여분간 국회총재실에서 있은 기자회견에서 시종 침통하고 굳은 표정으로 정부를 질타.
『강군에 대한 사실상의 살인행위 사건에 대해 큰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말문을 연 김총재는 『이토록 인명을 경시하고 무도한 공권력이 어디 있느냐』고 개탄.
김총재는 『이 사건은 노내각이 출범한이후 공안통치로 방향을 선회한데서 빚어진 필연적 결과』라면서 『특히 경찰에게 무한적인 폭력사용을 독려해온 안응모 내무장관은 형사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
○…민주당은 총재단회의와 간부회의를 잇달아 열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국민운동 차원의 대여투쟁을 다짐하는 등 강경일색의 분위기.
이기택 총재는 이날 아침 일찍 북아현동 자택에서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이기한 위원장(서대문 을 지구당)으로부터 생생한 상황을 보고받고 격분,총재단 회의와 간부회의 소집을 잇달아 지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총재단 회의는 10여분만에 내각 총사퇴 요구를 당론으로 결정. 또 소속의원 전원과 인권위원장 등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조사와 사후대책을 협의키로 결정.
○…민자당은 페놀재유출사건과 원진레이온 사건에 이어 악재로 등장한 강군 폭행치사 사건에 한결같이 충격속에 침통한 표정.
민자당은 특히 이번 사건이 광역의회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데다 국민 감정과 야당의 공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으리라고 판단,조기진화에 힘쓰면서도 곤혹스러운 모습.
이날 상오 세 최고위원들은 긴급회동,대책을 논의했으나 『현시점에서 우선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외에 무슨 얘기가 더 있겠느냐』는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박희태 대변인이 전언.
민자당 관계자들은 특히 『모든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지난 87년 이한열군 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 사건은 이군 사건보다 죄질이 더 나쁜 경우』라고 지적.<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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