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축소에만 급급… 사태 솔직히 인정해야/노사차원 아닌 사회적 문제… 정부가 개입을”직업병 규명 및 정당한 보상운동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사당의원 김록호원장(35)은 지난 1월5일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원진레이온 퇴직근로자 김봉환씨(53) 가족들이 회사앞에 농성을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원진레이온 정문앞에 가족,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해 오고 있다.
오랜 철야농성으로 핼쑥해진 김원장은 『경제개발이라는 명분하에 노동자의 모든것을 희생시킨 원진레이온 사태의 책임은 당연히 기업과 정부에 있다』며 『산재,직업병 문제는 단순히 노사간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 당국과 사회 전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의지를 촉구했다.
김원장은 『이황화탄소 중독문제는 어제 오늘 갑자기 터져나온 돌발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정부와 사회의 무신경,기업의 맹목적 이윤추구 속에서 힘없는 근로자의 희생이 누적돼오다 한계에 이른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장은 노동부나 회사의 발표나 최근 언론보도로 인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원진 근로자의 실태는 상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원진의 전현직 근로자중 중독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수는 훨씬 많으나 이를 회사측이 인정하지 않거나 은폐,축소에 급급한 실정이라는 것. 이때문에 숱한 근로자들이 자신의 몸에 병마가 들어오는 것도 모른채 죽음의 현장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원장은 『가까스로 직업병으로 판명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통보되기까지 길게는 1년반씩이나 걸려 병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까지 몰아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눈앞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애써 이를 외면한채 단 몇푼의 생계비를 벌기위해 작업장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심정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김원장은 『문제의 축소를 위해 비상적인 작태를 계속하고 있는 기업과 정부가 일대 자세를 전환,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사태를 인정하고 적절한 치료,보상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직업병은 일단 걸리면 완전회복이 불가능한 병이므로 사후보장책보다는 예방이 급선무』라고 말하는 김원장은 『단순한 원진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를 거쳐 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딴뒤 사당의원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는 김원장은 개업과 함께 일반인 진료보다는 인근 흑석동,사당동 철거민 등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의술을 베풀어 왔다.
86년 우연히 직업병환자를 진료하면서 무엇보다도 이 문제가 시급함을 절감한 김원장을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직업병 연구를 외롭게 개척해 나갔다. 특히 원진레이온의 직업병 판정위원을 맡게되면서 이황화탄소 중독에 관한 연구에 몰두,관계당국에 검출기준을 만들어 제시,통용케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권위자이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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