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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판정」 너무 까다롭다(공포의 직업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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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판정」 너무 까다롭다(공포의 직업병:1)

입력
199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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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여론·재정 의식 축소/복잡한 절차밟다 병 깊어져/실제환자 통계의 10배 추정… 질병항목도 형식적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공해산업체 원진레이온 사태로 산업재해,특히 직업병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을 장기간 방치해온 결과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건강권뿐아니라 공장·공단 인근주민을 포함한 국민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상 직업병 판정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검진절차가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직업병 환자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뿐 아니라 유소견자에 대한 요양 및 치료가 허술한 실정이다.

노동부가 최근 집계한 연도별 직업병환자 발생현황자료에 의하면 지난 1년동안 진폐증 1천3백75명,난청 2백16명,납중독 33명,이황화탄소를 포함한 유기용제에 의한 중독 6명,기타 23명 등 모두 1천6백38명으로 89년의 1천5백56명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1월 한달동안에만 ▲진폐 49명 ▲난청 21명 ▲유기용제 중독 1명 등 72명이 발생,직업병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노동부가 직업병 증가로 인한 여론악화와 산재보험 재정악화를 막기위해 판정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어서 실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산하 검진기관이 직업병 판정을 내려도 노동부는 이를 인정해주는데 극히 인색,중증의 환자들도 산재요양이나 보상을 제대로 받지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가 89년의 직업병 환자수치로 발표한 1천5백56명은 ▲진폐 1천2백95명 ▲소음성난청 1백53명 ▲납중독 44명 등이었다.

그러나 같은해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전국의 유해사업장 9천7백50개소 47만6천9백40명을 특수검진한 결과 7천6백2명이 직업병으로 판정됐다.

이를 질병별로 보면 진폐 3천9백13명(노동부 인정률 33%) 난청 3천4백3명( 〃 4%) 납중독 92명( 〃 47%) 유기용제중독 21명( 〃 1백19%) 등이었다.

진폐증의 경우 전국적으로 환자수가 1천4백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10배 이상이나 많은 1만5천∼2만명이 진폐로 시들어 가고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환자들을 치료해온 서울 성수의원 양길승원장(43)은 『노동부의 직업병 판정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수치기준에만 치중돼있어 임상진단 등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작업환경 측정과 이학적 검사를 통한 소견도 직업병 판정기준에 포함시켜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지난해 8월 전국의 7만7천6백77개 5인이상 사업체 근로자 3백46만7천1백35명의 건강진단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진폐가 전체의 52%(3천9백37명),소음성 난청이 45%,크롬중독 2%,납중독 화학물질 및 유기용제·수은중독이 0.2∼0.4%로 나타났다.

▷직업병판정·검진절차◁

83년부터 본격화된 특수건강진단에 따라 근로자가 「직업병 유소견자」로 나타나면 산재보상보험법에 따라 지방노동사무소에 요양신청서를 내야한다.

지방노동사무소는 직업병 유소견자 개인별로 개인지병 등 기존질병여부를 확인한 뒤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이후 전문의료기관에 의뢰한 소견에 따라 지방노동관서장이 보상대상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병원검진의 경우 1·2차 검진에 각 2주일,정밀검진에 1개월,확진검진에 3개월 등이 소요돼 검진후 직업병 판정까지 5∼6개월이 걸리고 있다.

게다가 정밀진단결과 직업병판정이 어려울 경우 노동부가 건강진단심의위원회를 열어 요양승인여부를 결정하기때문에 절차를 밟느라 병이 깊어지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는 ▲개인의 직업이력 ▲과거 같은 사업장에서의 유사질환 발생여부 ▲질병이 업무와 관련됐다는 객관적 입증자료 등에 따라 직업병을 판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봉제공의 폐질환,압연·용접공의 안질환,형광등·농약취급자의 수은중독 등 심증적으로 직업병이 확실시 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없으면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해 산재보상 및 요양대상이 되지 못하는 맹점을 안고있다.

▷환자실태◁

원진레이온 방사과 직원 박수일씨(50·경기 구리시 교문동 360)는 지난 24일 하반신 마비증세를 일으켜 고려대 혜화병원에 입원했다.

75년에 입사,이황화탄소가 나오는 방사과에서만 16년간 근무해온 박씨는 89년 「작업장 전환 필요」라는 의료기관의 소견을 회사측에 제출했으나 계속 근무를 강요 받았다. 박씨는 뇌파검사결과 『이황화탄소로 인해 신경손상이 심해졌다』는 소견을 받고 입원치료중이다. 진폐증환자는 전국 17개 병원에서 1천4백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60여명의 환자와 함께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중인 이모씨(67)는 광산에서 채탄근로자로 10년간 일해오다 지난 67년 쓰러져 처음 입원한 뒤 82년에 합병증이 치유돼 퇴원했으나 83년에 다시 입원,22년동안 병상에 누워있다.

이 병원 윤임중 산재진료부장(58)은 『80년 이전까지는 주로 광산근로자들중에 진폐환자가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일반제조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진폐증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통계◁

직업병은 체계적 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도 노동부의 직업병통계는 원인별로 세분화 돼있지 않아 대책의 허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노동부는 산업 안전국과 노동보험국서 직업병 현황파악 판정 및 보상 등을 맡고 있으나 통계는 허술하기 짝이없다.

산업안전국은 매년 각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과 근로자들의 정기검진을 실시,연도별 직업병 유소견자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유소견자의 항목은 진폐(광업) 진폐(기타산업) 진동신경염 난청 유해광선 장해 유기용제중독 크롬중독 수은중독 기타특정화학물질중독 납중독 피부염 기타 등 12개로 54종에 이르는 유기용제의 용제별 유소견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각 항목별로 매년 발생한 유소견자들이 얼마나 직업병 판정을 받았는지의 통계도 작성돼 있지않다.

산재보상주무국인 노동보험국의 경우는 항목별 통계가 더욱 간단해 항목구분이 진폐 난청 납중독 유기용제 기타 등 5개뿐으로 유소견자통계와의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시영·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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