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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현장 마치 독가스실… 50m앞도 잘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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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현장 마치 독가스실… 50m앞도 잘안보여

입력
199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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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자 공포현장 직접체험/2시간만 작업해도 머리가 아파【미금=송용회·배국남기자】 특별점검반이 들이 닥친날에도 직업병의 현장은 유독가스로 숨이 막힐지경이었다.

70여명의 이황화탄소 중독 환자가 발생하고 8명이 숨진 원진레이온 방사과는 독가스실과 다름없었다.

26일 하오 1시께 특별점검을 나온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 등 점검반 16명과 함께 작업장에 들어선 기자는 『잠시 돌아보는데는 보호장구가 필요없다』는 회사측의 설명을 믿고 들어갔다가 입구에서부터 깜짝 놀랐다.

1천여평의 건물안에 빽빽히 들어선 2백55대의 기계는 쉴새없이 인조견사를 뽑아내고 있었으나 형편없이 낡은 기계와 배기통에서 새어나오는 독성가스로 50여m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방독면 안에 면마스크까지 쓴 근로자들은 『오늘은 점검에 대비해 배기시설을 완전가동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며 『평소에는 배출기를 반도 가동하지 않아 독가스실을 방불케할 정도』라고 말했다.

길이 70여m,폭 1m 정도인 진열대 모양의 기계마다 유독가스 배출을 막기위해 설치된 유리셔터는 규격이 맞지 않아 너덜거렸으며 빨랫줄로 엉성하게 지탱되고 있었다.

유독가스를 모아 외부로 끌어내는 배기통 주변에도 이황화탄소가 새면서 공기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긴 소금 모양의 황산나트륨(NASO3)이 덕지덕지 엉겨붙어 있었다.

점검반의 일원인 윤명조 한국환경의학연구소 소장(57·연세대 의대) 이 유리셔터를 열고 기계안을 들어다보다 가스에 뒷걸음 친곳에 들이댄 측정기에는 이황화탄소 측정치가 법정기준치 10ppm을 훨씬 넘는 27ppm으로 나타났다.

윤소장은 『전체적인 측정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기계들이 워낙 낡아 문제』라며 유리셔터를 황급히 닫았다.

방사과에서만 13년 근무했다는 김모씨(40)는 『산소 마스크를 써도 2시간만 작업하면 머리가 아파온다』며 『그나마 88년 이전에는 면마스크만 쓴채 작업했었다』고 말했다.

천장에 복잡하게 연결된 배기통들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벌겋게 녹슬어 있었고 기계안은 실찌꺼기와 기름뭉치가 엉켜 시궁창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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