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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했지만 「시한폭탄」 잠복/「쌀시장 개방」파문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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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했지만 「시한폭탄」 잠복/「쌀시장 개방」파문 일단락

입력
199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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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충격·정치부담 고려 “조기진화”/「불가견지」와 「관철」은 큰차/타협안되면 재등장 불가피정부가 서둘러 쌀시장 개방 불가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종료될때까지 쌀 수입문제는 언제 터질지 알수없는 「시한폭탄」으로 잠복할 것이라는 게 상당수 통상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이날 최각규 부총리 주재로 긴급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쌀에 대해서는 최소시장 접근(국내시장 규모의 3∼5% 개방)도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방침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쌀 파문을 둘러싼 정부의 이같은 신속대응은 농민을 비롯한 국민대다수가 쌀 수입개방에 대해 느끼는 정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개원중인 임시국회와 6월 광역의회 의원선거 등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조기진화하려는 의도를 함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통상관계자들은 들끓는 여론속에서도 정부가 쌀시장 개방불가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기존방침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속사정에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만큼 우리측이 쌀 개방불가 입장을 견지하는 것과 그 입장을 실제로 관철시키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형식논리상으론 쌀을 제외한 다른 부문협상에서 상당한 실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쌀 개방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 1백여 국가 이상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테이블에서 우리나라가 어느정도의 협상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냉정히 따져볼때 협상흐름은 우리측 노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많은것이다.

현재 UR농산물협상은 미국과 EC(유럽공동체)간의 대결로 압축돼 우리나라로서는 양대 세력의 절충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국제 쌀교역구조를 보면 미국이 막대한 생산과 잉여분을 어떻게든 팔아보려는 입장이고 EC는 쌀에 관해서는 특히 관심을 쓸 필요가 없다. 쌀 교역자유화에 반발하는 국가는 고작 우리나라와 일본정도인데 일본은 주요상품의 경쟁력이 막강,UR협상의 원만한 타결로 얻을 이익을 감안할때 쌀시장 개방정도는 전격 양보할 수 있다는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설혹 농산물 협상에서 우리측 희망대로 비교역적기능(NTC) 품목을 인정하는 타협점을 찾더라도 총 15개 분야에 달하는 UR협상이 막판 분야별 정치적 절충에 휩쓸릴때 농산물분야의 타협선이 다시 흔들릴 개연성도 많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전후맥락을 따져보면 박수길 주제네바 대사의 발언은 국내적으로는 「청천벽력」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지의 협상분위기는 우리들의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새롭게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에서 『정부가 당장에는 정치적부담을 덜기위해 쌀시장 개방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올연초 NTC 품목을 15개에서 2∼3개로 대폭 축소했을때처럼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쌀시장 개방론을 슬그머니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벌써 정부일각에서는 93년부터는 2%,97년부터는 5% 정도로 쌀시장을 개방하려는 일정이 잡혀 있다는 출처불명의 소문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쌀시장을 개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더설득력이 있다.

농림수산부는 쌀시장을 5% 개방할 경우 연간 2백만섬씩 수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생산과잉으로 매년 약 2백만섬씩 도합 1천4백만섬이 재고로 쌓여있는 판에 2백만섬씩이 외국에서 들어온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통일벼 수매감축 등의 수단을 통해 쌀 생산을 줄이려하고 있으므로 외국에서 쌀이 일부 들어온들 큰 문제가 되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UR의 최소시장 접근원칙은 생산량 혹은 수요량의 일정비율만큼은 무조건 개방토록 하고 있어 감축에 따른 생산량이 얼마이든 관계없이 시장을 열어야만하게 돼 있다.

또 시장은 한번 개방하면 점진적으로 개방의 폭이 넓어지게될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기초식량인 쌀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아져 우리농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쌀 재배농가는 더이상 존립할 수 없게되며 따라서 상상할수도 없는 엄청난 부작용이 국가전반에 불어 닥치게 된다는 것이 농림수산부와 대다수 농업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지금은 쌀시장 개방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농업구조 조정계획을 수립,시급히 실천할 때인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을 일정수준위에 올려놓아야만 웬만한 개방압력에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정숭호·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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