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전환 가속화/공화국협조 총력예상/보수강경세력 견제 여전히 변수로소련 공산당중앙위 총회가 24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당서기장직 사임문제를 논의치 않기로 하고,고르바초프가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의장 등과 현재의 난국에 공동대처키로 합의함에 따라 소련정국에 일단 「푸른신호등」이 켜지게 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의장간의 「합작」은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었으나 그동안 극우보수파는 고르바초프의 당서기장직 사임 기도 및 옐친의 러시아공 최고회의의장직 불신임안 제출 등 공공연한 도전을 일삼아 왔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이같은 견제를 합법적으로 물리치고 소련개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상호보완 체제를 구축했다.
고르바초프는 당초 올해안에 소위 「신연방조약안」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연방체제하에서 정치·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이같은 의도를 반영하듯 이미 지난 3월 독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회견에서 『새로운 소연방에 가입을 원치않는 공화국들은 동구국가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선언,발트 3국 등 6개 공화국의 독립을 허용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때 고르바초프와 옐친 등 9개 공화국 지도자들간의 공동성명은 이를 확인한 것이며 향후 소련 연방체제의 향방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중 신연방조약을 체결한 공화국에는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되 신연방조약에 가입을 원치않는 6개 공화국은 탈퇴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대목은 지금까지 논란을 벌여왔던 공화국 독립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연방조약이 각 공화국의회에서 비준을 거쳐 승인되면 6개월 이내에 신헌법이 연방최고회의에서 확정되고 이에따라 새로운 의회구성을 위한 선거가 실시되는 등 소련 정치구조가 대폭 바뀌게 된다.
이와함께 시민불복종 운동 및 파업선동을 하거나 합법적으로 선출된 기존의 국가권력기구를 전복시키도록 촉구하는 것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합의함으로써 법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을 불허 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는 소련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틈타 일부 불순세력들의 체제 전복기도를 분쇄하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합리적 제안 등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 소련사회의 민주화에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신정치체제는 소련의 정치다원화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뿐 아니라 각 정파간의 정치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 정국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정치적 합의이외에도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격개혁 조치를 일부 보완하고 광원 등 노동자들의 파업종식을 촉구하는 등 경제분야에서도 협조키로 해 앞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됐다.
물론 이같은 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경제난국의 심화 및 민족분규의 확대 등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회의론이 팽배해 있으며 이에 대한 인책으로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동반퇴진론까지 제기됐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실제로 광원들의 장기파업으로 석탄 등 에너지수급이 크게 차질을 빚었으며 가격개혁에 따른 부작용도 엄청나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상태에 이르렀고 민족분규로 인해 올 한해만도 1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소련전체가 총체적 위기상황에 몰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시행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는하나 그렇다고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현 소련지도부가 개혁정책을 후퇴시킬 수는 없는 처지이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공산당중앙위 총회에서 이같은 점을 간파한 듯 『소련을 개혁의 길에서 이탈시켜 또 다른 초혁명적 모험에 휩쓸리게 하고 소련을 파괴하거나 노골적인 독재정권의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시도가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특히 현재 소련상황을 지난 20년대와 비교하면서 『레닌은 신경제정책으로 위기를 타개하려고 했으나 스탈린의 독재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하고 자신은 결코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앞으로 개혁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각 공화국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키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극우보수세력과 노멘클라투라 등 기득권 세력들이 고르바초프의 발걸음에 어떻게 제동을 걸고 나올지가 궁금하며 새로운 체제를 수용할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얼마만큼 따라가 줄수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아무튼 양대지도자인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협력관계 복원으로 소련정국에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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