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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기습한파 포도업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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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기습한파 포도업자 울상

입력
199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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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강타… 4억병분 감수예상/애호가 “혹한엔 명품나온다” 기대「포도주의 본고장」 프랑스는 지난 20일밤 사이 때아니게 몰아친 한파로 약 4억병분(3억ℓ·약 5천2백억원 상당)의 포도주 생산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주말 세계적인 포도주 명산지 보르도와 샴페인 주산지 샹파뉴지역을 급습한 최저 영하 7도의 한파에 막 싹을 내돋던 포도의 새순이 고스란히 얼어붙고 말았다.

보르도 지방에서 특급포도주를 생산하는 페트뤼스성에서는 포도밭에 기름난로를 피우고 헬기를 동원,회전날개를 돌려 대기중의 습기를 분산해 서리로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등 법석을 피웠다.

이런 필사적 노력끝에 이 성은 다행히 피해를 20%로 최소화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도원에서는 폐타이어를 태우며 대형 선풍기를 돌리는 60년대식의 보온작업이 고작이라 수확량의 절반이상을 상실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보르도지역 포도주양조업자센터(CIVB)에 의하면 전체포도원이 수확량의 50∼1백%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격이 심한 곳은 셀테밀리옹.

또 서부낭트의 명산 머스카데 백포도주는 생산량이 평년의 10%에 겨우 달할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절반이 영국에 수출되는 르와르강변 소뮈르 백포도주도 생산량이 평년의 15∼20%밖에 안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위스국경의 쥐라나 도르도뉴지방의 포도는 아예 전멸하고 말았다.

이처럼 피해가 엄청난데는 지난 3월말부터 계속된 포근한 날씨가 오히려 화근이 됐다. 동부의 샹파뉴포도는 예년보다 3주 빨리 싹을 터 동해가 가중된 것이다.

이번 재앙은 지난 77년 뒤 늦은 한파로 피해를 본지 14년만이다.

포도원들은 앞으로 2∼3주동안 날씨가 좋으면 제2의 발아를 기대해 볼수 있다는게 남은 희망이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땐 농업재해 자금으로 보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 포도주는 최근 수년간 대풍과 가뭄으로 탁월한 「밀레짐」(제조연도)을 계속,일부에선 값하락마저 우려하던 차였다. 또한 충분한 재고의 출하로 앞으로 2∼3년은 포도주 품귀는 없을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로니컬 하지만 수확감소에 따라 희소성이 큰 금년도산은 세기적인 혹한속에 맛이 탁월하고 진귀했던 「명품」 45년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포도주 애호가와 수집가들에게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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