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을 재확인한 발언을 가지고 이러궁 저러궁 추측을 늘어놓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사안이 내각책임제개헌 문제일 경우 어쩔수 없이 관심을 갖게되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이 아닌가한다. 23일에 있었던 청와대에서의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총재간의 대화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그 의미가 정가의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하나만 보더라도 내각제 개헌문제가 얼마나 일반의 예민한 논점거리가 될수 있는가를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두 정치인들 사이에 오간 대화의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노대통령의 임기중 14대 총선을 통하여 내각제개헌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김총재의 질문에 노대통령이 『현재 그런 계획이 없다. 개인적으로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국민이 원치 않으면 개헌은 하지않는다』고 답변한것이 내용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은 측이나 답한측의 발언이 표현된 말 그대로 받들여질 경우 아무런 꼬투리나 추측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간에서는 구구한 해석과 추측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는데에 이 문제의 복잡상이 있다고 할 것이다.
우선 대화 당사자인 김총재 자신이 『노대통령이 아직도 내각책임제를 단념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부터가 이 사안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리고 우리의 느낌도 내각제 개헌을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바로 그 「국민의 뜻에 따라」라는 구절에 적지않은 구애와 당혹감을 갖게되는 것이다.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 집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편리한 대로 자주 쓰여져왔음을 우리는 지난달의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권력이 하고싶은 일을 국민의 이름을 빌려 추진하겠다는 의사표시였으며,그런점에서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도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 아래 내각제 개헌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짐작을 낳게할 소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된다. 물론 우리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의도를 안가진 터이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정국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이같은 중요현한에 대해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노대통령이 보다 명백한 소신피력을 해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솔직히 얘기해서 오는 6월에 있을 광역지방의회 선거결과 여하에 따라 야당측이 오히려 내각제 개헌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점치는 견해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기에 더욱이나 노대통령의 단호한 의사를 국민들은 듣고 싶어하고 있을 것 같다. 노대통령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이 그 주장을 납득하고 안하고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밀실이나 막후에서 계속 이같은 중대현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은 하루속히 불식시카는 것이 공명한 정치를 위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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