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근거로 활용 국회동의 불필요/“군사대국화 행보” 한·중 우려일본의 자위대가 드디어 해외에 파견된다.
가이후(해부준수) 일본총리는 24일 하오 임시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 회의를 잇달아 소집,이라크군이 페르시아만에 부설한 기뢰제거 작업에 협력하기 위해 해상자위대의 소해정을 파견키로 공식결정했다. 가이후 총리는 이날밤 기자회견을 통해 자위대 파병을 발표했으며,일본 정부도 이에대한 성명을 공표했다.
출항예정일은 오는 26일이며,요코스카(횡수하) 사세보(좌세보) 구레(오) 기지에서 모함 1척 소해정 4척 보조함 1척 등 모두 6척의 함정에 5백명 정도의 해상자위대 병력이 동승한다. 일본의 자위대 병력이 일장기를 나부끼며 해외에 파병되는 것은 2차대전이후 46년만에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기어이 자위대 함정과 병력을 해외에 보내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임으로써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보려는 속셈때문이라 하겠다. 명분은 평화활동에 대한 협력이라 하지만 지난날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을 당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 한국과 중국은 어떤 명분에서건 일본군대의 해외파견은 두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는 장관(방위청)의 명을 받아 해상에 있어서 기뢰 또는 폭발성 위험물의 제거 및 처리를 한다」는 자위대법 제99조를 파견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 걸프전쟁이 끝나 정전협정이 발효됐으므로 분쟁에 휘말려들 우려도 없고,일본 유조선의 안전항해를 위해서도 기뢰제거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군사장비와 병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평화주의를 바탕으로한 일본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며,자위대의 해외출동 금지를 내용으로한 국회결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본 참의원은 1954년 6월 자위대 창설당시 『현행헌법 조항과 우리나라의 치열한 평화애호정신에 비추어 자위대의 해외출동은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근거로 활용하는 자위대법 99조에는 「기뢰제거 작업을 한다」고만 규정돼 있을뿐 활동해역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헌법정신과 국회결의에 비추어보면 활동해역이 일본 영해내임이 자명하다.
일본 정부의 소해정 파견방침을 야당들이 지난해 자위대파병 파동때처럼 단호히 반대하고 있어 「소해정 정국」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이후 총리는 지난 23일 야당 당수들을 관저로 초청,정부방침을 통보하면서 협조를 호소했다. 이에대해 도이(토정다하자) 사회당위원장은 『자위대 해외파견에 대한 역대내각의 방침을 바꾸어 소해정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근거가 애매모호하다』면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사회당은 특히 현행 자위대법(99조)을 파견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선례가 된다는 우려에서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자민당과 정책제휴관계인 공명당도 마찬가지. 작년의 유엔평화협력법(자위대 해외파병 근거법) 제정파동때 국회에서 심의자체가 거부됐음을 강조하는 공명당은 『자위대의 창설목적이 자국방위이므로 자위대 병력과 장비의 해외파견은 위헌이며 지위대 법제정 목적을 일탈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민당의 우당이라할 민사당은 근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전시에는 파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 소행정 파견은 자위대 해외파병의 근거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 조항을 근거로 활용하기 때문에 국회동의가 필요없다. 즉 정부의 결정만으로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년 가을같은 파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파병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각계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 헌법논쟁이 재연될 것이 틀림없으며,그것이 자민당과 정부의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가지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이며,소행정단의 기항예정지인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기항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는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소리가 있으나 한국으로부터는 아직 특별한 반응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중국대사를 통해 자위대의 해외파병으로 볼 수 없는 평화협력 활동이므로 이해 해달라고 설득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일본은 군사대국이 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하리라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25,26일 열리는 한일 외무장관 정기 협의회에서 「이해」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대해 이상옥장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거리지만,「일본은 또다시 군사대국이 되지않겠다」는 약속을 믿을수 있을 것인가. 꼭 가지 않아도 될곳에 해군병력 5백명을 태운 함정단이 일장기를 드날리며 항해해가는 모습을 「평화활동」이라고만 볼 수 있을 것인가.<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