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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한반도정책 변화움직임/이붕 방북앞두고 한·소회담 호의적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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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한반도정책 변화움직임/이붕 방북앞두고 한·소회담 호의적반응

입력
199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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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엔가입 거부권땐 “득보다 실” 판단/“기권 불가피”입장 선택/북 유연자세 촉구할듯이붕 중국총리의 북한방문 일자가 오는 5월3일부터 6일까지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한에 언급,『소련과 남조선간의 관계발전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관영 북경방송은 21일 소련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가 북한의 핵사찰을 전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조속한 핵안전 협정체결을 촉구한 사실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물론 고르바초프의 한국 방문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호의적인 논평과 북한의 핵사찰 문제와 관련된 북경방송의 보도를 보도된 내용 이상으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을수 있다.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은 일본 교도(공동)통신의 질문에 따른 수동적인 것이었으며 북경방송의 핵사찰과 관련한 보도도 가치판단을 철저히 배제한채 사실보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경의 이러한 움직임은 고르바초프의 한국방문과 관련한 북한측의 입장표명과 평가를 중국측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김일성은 지난 20일 일본 마이니치(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량의 미군핵이 주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핵사찰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소련의 핵사찰 수용 요구를 일축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21일 중국의 북경방송이 북한의 핵사찰 문제와 관련한 소련측의 입장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핵사찰 문제와 관련,소련측의 논리에 기울고 있다는 시사로도 해석될수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한국 방문에 관한 논평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측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주목해 볼때 오는 5월3일부터 시작되는 이붕총리의 북한 방문은 북한측의 자세변화를 촉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즉 고르바초프의 방한을 전후해 중국측이 북한측의 주장과 거리를 두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붕총리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측의 자세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이붕총리와 김일성 및 북한 고위당국자들과의 회담에서는 무엇보다도 이번 가을로 예정된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을 둘러싼 대처방안이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이 지난 5일 노창희 유엔주재대사를 통해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는 메모를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 제출한 이후 북한의 우방국인 소련과 중국은 그동안 한국의 유엔가입과 관련,모호한 태도를 분명히 할것을 「강요」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소련은 고르바초프의 제주도 방문으로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사실상 밝힌 셈이다. 남은 것은 중국인데 중국의 입장역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한국의 가입을 봉쇄하는 경우 북한과의 관계는 더할나위없이 돈독해지겠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비롯,잃는것이 너무많다. 결국 중국측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은 기권인데 이로인해 한국만이 단독가입하게 되면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한국방문을 전후한 중국측의 논평과 태도를 고려해 볼때 이번 북한방문에서 중국측이 한국의 유엔가입 문제에서 기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통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월에는 북한과 소련·중국간의 외교접촉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초순의 이붕총리의 북한방문에 뒤이어 5월 중순에는 강택민 총서기의 소련방문이 있고 5월 하순에는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있을 것으로 일본신문은 예상하고 있다.

5월에 활발해질 북한을 중심으로한 소련과 중국의 3각 외교는 한국의 유엔가입 시도라는 현안을 앞두고 북한측을 국제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기존우방국의 마지막 공동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 주목되는 사실은 김정일이 5월 하순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일본신문의 보도이다. 이와관련,북한이 유엔가입 문제에 관한 정책변화를 김정일을 통해 표명함으로써 김일성의 후계자로서의 김정일의 위상을 고양시키려 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이다.

최근 일본신문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고위당국자들이 『김정일이 직접적인 외교활동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공개한 점 등도 북한의 대유엔외교가 근본적인 변화시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주목되는 측면이라 하겠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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