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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한 대소외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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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한 대소외교(사설)

입력
199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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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회담을 정점으로해 열기가 고조됐던 한소관계의 진전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부인할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가 직면해있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 국내정치와의 함수관계로 볼때 일말의 불안감이나 당혹감이 내외에 깔려있는 사실도 부정하기가 어렵다. 「고르비타임」이라는 비아냥조 유행어가 시중에 나돌고 있듯이 지금까지의 대소수교 추진과정에서 우리쪽이 끌려다니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음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수가 없다. TV생중계로 진행된 지난해 6월4일의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에서 소련측의 일방적 통고가 있을때까지 이쪽이 장시간 기다려야했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본 국민감정은 사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쓰러운 것이었다.국빈자격으로 방문한 지난해 12월의 모스크바회담때도 소련측은 외상이라도 공항영접에 나와야하는 외교관례를 무시,껄끄러운 앙금을 남겼다. 이번 제주회담을 전후해서도 우리는 마지막순간까지도 회담일시를 확정하지 못한채 소련측 사정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여 딱했다.

물론 이같은 소련외교의 변칙성은 우리만 처음 경험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일본에서도 수많은 해프닝이 있어왔다고 듣고있다.

그러나 강대국 정상외교에 능숙한 선진국과 우리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소련외교의 그같은 비례는 두가지점에서 우리의 입지를 옹색하게 만든다. 첫째 정부가 허둥댄다는 인상을 감추기 어려워 안정감있는 국민적 컨센서를 형성시킬 분위기를 확보하기가 힘들고 둘째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이나 일본 등과 충분하고 적절한 사전협의를 유도해낼 여유를 갖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번 제주회담때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제의한 「우호조약의 체결」 같은것이 그같은 맥락에서 대표적인 의외의 돌출물이었다고 할수있다.

당초 정부는 제주회담이 끝난뒤 우호조약체결 제의를 수락했다고 발표했다가 다음날 제의를 수락한 것은 아니며 동조약은 군사·안보문제를 제외한 분야에서 선린우호관계 증진에 초점을 맞춰 양국 외무장관이 계속 협의케 하자는 것이었다고 수정,이를 관계국에 통보한 것으로 돼있다. 조약의 내용이 정해진 것이 아니긴 하지만 소련이 북한 등 동구여러나라와 비슷한 조약을 체결한바 있기 때문에 정부는 오해의 소지를 우려했다고 할수 있다. 다시말해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우리의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것이어서,한국이 소련을 상대로 우호협력조약을 새로이 추진한다는 것은 자칫 한국외교의 기본이 되는 한미관계 등과 상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소련의 조약체결 제의는 고르바초프의 아태집단안보구상의 전단계라고 볼수도 있다. 이 구상에 반대입장인 미국이 제주회담직전 우리정부에 요청해 뒤늦게 일본정부와 그 집단안보구상이 「시기상조」라는 사전 협의를 부랴부랴 가졌다는 보도와 관련시켜 볼때,그 구상과의 연관선상에서 소련의 조약체결 제의까지를 우리정부가 예상하고 그에따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듯 하다.

우리는 그간 원하든 원치않든간에 미국의 외교우산안에 안주해왔다. 독자외교를 표방하며 10개월 남짓 대소 정상외교를 추진하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대강대국외교는 신중하고 덤비지말아야 하겠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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