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세 3명등 하는일 없이 돈 물쓰듯/친분·이해로 맺어져… 배후 거대 밀매조직서울 송파경찰서가 21일 적발한 히로뽕상습 투약자 일당은 그 구성원이 대부분 재벌2세,유명기업인,의사,학원이사 등 사회상류층 인사라는 점에서 최근의 박지만씨 사건에 이어 또다시 큰 충격을 주고있다. 현재수사가 진행중이어서 비행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일부 밝혀진 내용만 보더라도 이들의 도덕적 타락상이 어느 정도인가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매주 골프모임을 통해 만나면서 골프장에서부터 음료수에 히로뽕을 타먹기 시작,골프가 끝난뒤에는 으레 강남구 청담동,압구정동의 단골 룸살롱에서 밀폐된 방을 잡아놓고 히로뽕으로 뒤풀이를 해왔다.
룸살롱 종업원들에 의하면 이들은 저마다 지갑에 1백만원권 등 고액수표를 수십장씩 넣고 다니며 돈을 물쓰듯 했으나 룸에서 히로뽕을 마시거나 주사를 맞을때는 호스티스조차 일체 불러들이지 않았다는 것.
민경호씨 집이나 조용시씨의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집도 이들이 수시로 모여 환각파티를 벌이는 장소로 이용됐다.
민씨 등 이번 사건 관계자들은 거의가 별달리 하는일 없이 돈이 많은 유한계층들이다.
히로뽕상용그룹의 리더로 알려진 민경호씨는 충북일대에서 최고의 재벌로 꼽히는 신흥제분 창업주의 2세로 실내경마업같은 소규모 레저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용시씨도 몰락한 삼호그룹의 2세로 한때 주력기업인 삼호건설 회장까지 지냈으나 지금은 뚜렷한 사업을 하지않고 있는 상태이다.
또 박영철씨는 삼부토건 조정구 명예회장의 사위로 역시 경영에서는 소외돼 크게 간여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이들은 모두 민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있어 가깝게 어울려 지냈다. 조씨와 박씨는 사업관계로 해서 일찌감치 알게된 관계이고 황성재씨와 민병걸씨는 민씨의 서울H고 동기동창들이다. 또 주인욱씨와 유준현씨는 민씨의 형 친구들이며 의사인 신영우씨는 손위매부이고 폭력배 신용식씨는 민씨의 청주고향 친구이다.
경찰은 이들이 히로뽕을 처음 투약한 시기를 89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씨 등 소위 재벌2세그룹 3명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일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그 이유로 조용시씨가 86년 그룹의 몰락이후 박지만씨의 경우에서 보듯 심한 정신적 허탈감 등을 이기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댔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강남일대 유한계층 사이에서는 3∼4년전부터 조씨의 히로뽕투약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았다는 것이다.
마약의 해독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신경정신과 의사 신영우씨가 히로뽕에 끌려든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신씨는 최근에야 처남 민씨로부터 『좋은 것이 있으니 알려고 하지말고 마셔보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히로뽕을 탄 맥주일줄 모르고 마셨다가 자신도 모르게 상습투약자가 돼버렸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가수 진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동거한 신용식씨가 일주일에도 몇차례씩 환각상태에서 집에 돌아와 자신을 구타했다고 진술,이들이 최근에는 거의 매일 히로뽕을 상용했음을 짐작케했다.
진씨도 그렇지만 신씨와 또다른 내연의 관계인 탤런트 김모씨도 경찰의 히로뽕 반응시험결과 음성으로 나타나 히로뽕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들이 히로뽕을 공급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이보건씨(46세 가량)는 현재 우리나라 최대 히로뽕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검찰과 경찰이 2∼3년전부터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주범격인 민씨가 검거되면 이씨를 중심으로 대규모 밀매조직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민씨의 소재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재렬기자>이재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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