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외무간 협의”불구 양측대변인 “합의” 발표/미·일관계 우려 「수락」부분 삭제○…정부는 제주의 한소 정상회담에서 소련측이 제의한 우호협력조약 체결을 우리측이 받아들인 것으로 한때 잘못 알려지자 내외신 언론기관 및 미일 등 주요우방국에 이를 설명.
정부는 특히 이번일이 우리 안보의 기본축인 한미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음을 우려,신속한 움직임으로 우리 입장을 미국측에 구체적으로 설명.
정부는 그러나 한소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및 우리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볼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사후조치에 신중을 기하는 등 다각적인 배려.
외무부의 이정빈 제1차관보와 권영민 구주국장은 21일 상오 각각 버그하트 주한 미국공사와 가와시마(천도) 주한 일본공사를 외무부로 각각 불러 우호·협력조약 논의경위와 한소 정상회담결과를 자세히 설명.
외무부측은 이 자리에서 한소간에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을 강조하고 소련측 제의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가며 신중히 대처해나갈 방침을 전달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
○…한소우호·협력조약체결 문제는 지난 20일 단독정상회담이어서 양측 공식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있은 확대회담에서 제기.
이 자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 조약의 체결을 전격제의했고,노태우 대통령은 사안의 미묘한 성격을 감안해 배석한 이상옥 외무장관의 견해를 물었다는 것.
이장관이 『우호·협력조약은 대단히 미묘한 문제이므로 시간을 가지고 양국 외무장관이 충분한 협의를 하도록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노대통령도 이에 동의,이같은 우리입장을 소련측에 전달.
○…소련측은 그러나 우리측의 유보적 태도를 긍정적 입장표명으로 해석한 듯한 눈치.
이그나텐코 대통령궁 대변인은 확대회담이 끝난뒤 있은 기자브리핑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양국간 선린 협력관계에 관한 협정체결을 제의했다』면서 『노대통령도 이 구상을 오래전부터 생각했으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해 혼선이 일기 시작.
○…이어 우리측의 브리핑에서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노대통령이 이 제의를 수락,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 협의토록 했다』고 밝혀 한때 양국간의 합의사항으로 확대해석.
우리측은 그러나 이같이 조약 체결합의가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미국 등 기존우방과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부지적에 따라 발표문 가운데 「수락」 부분을 삭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실무적 검토가 전혀없었던 이 문제를 전격제의한것도 혼선에 일조를 했다는게 중론.
정부의 한관계자는 『정상회담은 원래 실무선에서 합의된 사항을 확인하는자리』라고 전제,『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가끔 이러한 관례를 깨고 현장에서 파격적인 제의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이를 직접 보았다』고 강조.
결국 이번 혼선으로 조약체결에 대한 한소 양국간의 적잖은 시각차가 노정된셈.
소련측은 이그나텐코 대변인의 발표가 말해주듯이 우리측이 이를 수용한 것처럼 해석함으로써 아태지역 진출에 대한 깊은 관심을 은연중 표한한 것으로 추측.
이에 반해 우리측은 소련의 이 제의가 군사적 측면을 배제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북한개방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듯한 느낌.<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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