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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회담후의 한·소관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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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회담후의 한·소관계(사설)

입력
199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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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제주도 방문을 마치고 20일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한국과 소련 두나라 지도자의 제주도회담은 대체로 예상과 과히 어긋나지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만남에서 두나라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긴장완화에 인식을 같이 했을뿐 아니라,소련의 개혁·개방이 성공해야 된다는 공통된 인식을 재확인했다. 이런 입장의 재확인은 말하자면 이제는 의례적인 절차라고 할 수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여객기 격추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소련이 한국의 유엔가입을 사실상 지지하고,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한다면 소련의 핵연료공급 및 기술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다짐도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특히 북한의 핵사찰문제는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제주도회담에서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우호·협력조약을 제의해서 노태우대통령이 동의했고,두나라 외무장관의 교환방문에도 합의했다. 서울­모스크바관계가 이제는 어정쩡한 탐색단계를 지나 보다 안정되고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하겠다.

구체적인 합의로서는 시베리아의 자원개발,그중에서도 사할린의 천연가스 개발합의가 특히 주목된다. 아마도 미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되는 「제3국」의 자본참여를 전제로 두나라가 사할린의 가스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제3국의 자본참여 문제가 있는 만큼 사할린의 가스 공동개발의 스케줄은 일방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된다면,막연한 원칙론에 그쳤던 한·소 두나라의 개발협력이 실현의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두나라 관계에 커다란 전진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에서의 만남은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봤느냐하는 것보다는 그 상징적 의미가 압도적으로 크다.

구체적 합의사항들이 이미 충분히 예상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지만,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은 당장의 이해관계보다 훨씬 중요한 장기적 충격을 지닌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는 한·소 두나라가 외무장관의 교환방문과 우호·협력조약을 협의키로 한 사실은 이번 제주도회담 최대의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다.

서울=모스크바 관계가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진행될 것인가는 사실상 우리쪽보다는 소련쪽의 사태발전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회담의 성과는 회담 그 자체보다는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평양방문 계획을 밝힌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행여 모스크바 외교에의 「과당경쟁」을 경계해야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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