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어제 한국땅을 밟았다. 그가 분단된 한국땅의 남쪽에 먼저 발을 들여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민과 그의 만남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먼저 반세기 가까운 사실상의 적대관계를 뒤로 하고 맞이하게된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새로운 우의를 다짐하는 환영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그러나 두 나라의 관계는 세계 어느나라와의 국제관계가 모두 그런것처럼 풀어야될 문제들을 안고있다. 가장 큰 문제는 두말할것도 없이 피로 얼룩진 한반도의 대결체제 청산을 위해 무엇을 할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소련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으로 드러낸 것처럼,한반도에서의 화해와 개방을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는 지금도 사실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모스크바 관계의 장래는 따라서 이제부터 정립해야될 유동적인 과제라도 할수 있다.
지금 한창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북한의 핵사찰문제만 해도 우리는 보다 더 분명한 소련의 입장을 알아야될 상황에 있다.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식적인 성명만으로 상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사찰문제는 한반도의 탈냉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있어서 풀어야될 문제의 한 부분이다. 한걸음 더나아가 우리는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소련이 제주도회담을 계기로 해서 한반도문제에 보다 솔직한 구상과 입장의 표명을 기대하고자 한다.
소련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뿐만 아니라,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마도 미국을 겨냥한 외교적 포석을 하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하는 고르바초프대통령 정부의 이러한 외교적 포석이 유럽에서처럼 아시아에서도 냉전청산을 위해 공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한국과 소련 사이에는 몇가지 실무적인 현안이 남아있다. 유감스럽게도 과거 30년대 스탈린에 의해 저질러진 우리 동포의 강제이주에 대해 우리는 당연히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할 입장에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이나 한국의 유엔가입문제도 당연히 논의될 현안이다.
제주도회담은 두나라 사이의 쌍무적관계뿐 아니라 고르바초프 외교의 발길이 동북아에 미쳤다는 점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로서도 그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구상이 우리의 입장과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분명히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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