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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 큰변화를 알리고 있다”/고르바초프 방한첫날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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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에 큰변화를 알리고 있다”/고르바초프 방한첫날 이모저모

입력
199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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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포옹제스처… 친밀감 표시/도착 2시간 지연… 만찬엔 경제인들도 참석/양정상 함께 아침산책키로… 총 16시간 체한○“야찬”농담 나누기도

▷만찬◁

노태우 대통령의 고르바초프 대통령 환영만찬은 19일 밤 11시30분께부터 호텔신라의 한라홀에서 노대통령의 만찬사,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답사,그리고 전통음악과 민속무용관람 등의 순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

이날 만찬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늦어진 제주도착으로 밤늦게 시작돼 「야찬」이라는 덕담까지 오갔지만,서로를 위해 건배를 주고받는 양국정상의 친근한 모습으로 시종 우의넘치는 분위기.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빠듯했던 일본방문일정에도 불구하고,피로한 기색없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즐거운 표정이었고 전통음악과 민속무용을 관람하는 동안 가끔 「하라쇼…」(좋다는 뜻의 러시아어 감탄사)를 연발.

양국 대통령내외가 사라룸에서의 환담후 만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로 맞았으며 네사람이 헤드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잡자 실내악단이 소련국가와 애국가를 잇달아 연주했고 참석자들은 기립상태로 이를 결청.

노대통령은 이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양국관계의 진전을 기원하는 만찬사를 했는데,이는 만찬도중 만찬사를 하는 관례와는 다른 것으로 소련측 「손님」들이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만찬을 즐기도록 하기위한 배려라는 후문.

노대통령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방한해주는데 온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만찬사 서두를 시작.

노대통령은 『우리나라엔 「요리솜씨 나쁜 부인은 저녁식사를 늦게 차려서 시장한 손님이 시장기때문에 맛있게 식사하게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그러나 오늘저녁 우리가 내놓은 솜씨는 진객을 위한 최고수준이다』고 조크.

○“신혼부부 예우처럼”

노대통령은 또 『제주도는 신혼부부가 자주 찾는 곳』이라면서 『우리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가 신혼부부라는 심정으로 성심껏 대하고 싶다』고 깊은 우의를 표시하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환한 미소로 답례.

노대통령은 이어 「얼음이 깨져 물이된다」 「봄의 물결」 「열매를 결실할때」 라는 등의 은유적 표현으로 양국관계의 진전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표시.

특히 노대통령은 『지난해 방소때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소련지도자들의 통찰력,개혁을 향한 소련국민의 일치된 열의,그리고 모스크바대의 젊은이들이 보여준 밝은 눈동자는 나에게 감동 바로 그자체였다』고 회상하자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노대통령은 『나는 화해와 개혁을 추구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편에서,소련이 전환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않을 것』이라고 힘주어말한뒤 양국관계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위한 건배를 제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답사에서 『이처럼 환영해주고 특히 노대통령이 우리국민에게 따뜻한 말씀을 해준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인사한 뒤 『몹시도 아름답다는 제주도에서 회담을 갖는만큼 내일회담이 성공적이리라고 믿는다』고 밝은 표정.

○고,통역에 배려까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비교적 짧게 끊어 답사를해 통역에 대한 배려까지 하는 등 자상한 성격의 일면을 보여주었고 연설이 채끝나기도전에 통역이 시작될때는 크게 웃는 여유있는 모습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10여분간의 답사를 마친뒤 『우리 두 국가의 합작과 선린을 위해,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위해,신사숙녀 동지여러분을 위해,축배를 들자』며 건배를 제의한뒤 노대통령과 함께 박수를 치며 악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동안 노대통령은 간간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으며 특히 지난번 샌프란시스코회담과 모스크바회담 얘기를 꺼낼때는 밝은 모습이 역연.

○…만찬장인 한라홀 한가운데 마련된 소형정원에는 흰자갈과 제주산 송이자갈,이끼 등을 깔고 주위에 1m 높이의 돌하루방 2개와 대형소나무 한그루,밀감나무,분재소나무 3그루,연산홍 50그루 등으로 장식,제주도 분위기를 한껏연출.

이날 만찬에는 전경련 유창순회장,대한상공회의소 김상하회장,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럭키금성상사 구평회회장,코오롱 이동찬회장,대한항공 조중훈회장,한국노총 박종근 위원장 등 경제인 21명이 참석,한소경협의 전망과 투자문제 등에 대한 환담.

○…만찬후 민속공연은 당초계획보다 다소 길어진 30여분간 계속.

아악·민속무용으로 꾸며진 공연에서는 장고춤·무속의 군무·부채춤 등이 화려하게 펼쳐졌으며 국립무용단·국립국악원연주단·제주도 민속예술단이 각각 출연.

○다정하게 안부인사

▷영접◁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공항출발 40여분만인 하오 10시30분께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호텔신라에 도착,입구에서 기다리는 의전관계자들의 영접을 받고 반갑게 인사.

부인 라이사 여사와 함께 호텔현관으로 들어선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호텔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대통령 내외를 보고는 두손을 번쩍벌려 포옹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친근감있게 4개월여만의 재회인사.

양국정상은 서로 다가가 『반갑습니다』라고 악수를 나눈데 이어 가벼운 포옹을 하며 재회를 반겼는데 노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신걸 아주 초인적인 분이군요』라고 인사.

노·고르비 내외가 자줏빛 카펫을 밟으며 로비에 들어서자 양국관계자들 및 호텔직원,보도진이 박수를 치며 환영.

이들은 이어 사진기자들에게 잠시 포즈를 취해준뒤 노대통령 내외는 숙소인 7층 프레지덴셜슈트로,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는 같은 7층 로열슈트로 각각 올라가 환영만찬에 앞서 20여분동안 휴식.

양국정상은 휴식을 취한 뒤 5층의 사라홀로가서 20여분간 방일결과와 한국방문소감 등을 화제로 환담.

노대통령은 이날 하오3시 전용기편으로 서울공항을 출발,하오 4시15분께 제주공항에 도착.

○투숙객들 이동 법석

▷호텔◁

○…호텔측은 고프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일정을 바꿔 호텔에서 1박을 하게되자 이들 소련대표단이 묵을 객실을 확보하고 식사 등 서비스계획을 수정하는 등 크게 부산.

호텔측은 소련측에서 수행원이 투숙할 객실 50개를 요청해옴에 따라 단체예약 손님의 예약을 취소시키고 호텔에 묵고있는 우리측 관계자들이 다른 호텔을 이용하도록 협조를 얻어 가까스로 객실을 확보.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부의 룸서비스는 현재 추진중인 모스크바 신라호텔 프로젝트팀의 식음료담당 최원장과장(39)이 전담.

○…호텔측은 20일 아침에 있을 양국정상의 산책에 대비,호텔정원주변과 해변가 산책로 예상지역을 점검하는 한편 안내원을 배정,특별교육을 실시.

○…호텔측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자개보석함을,라이사여사에게 8각 은제구절판을 기념선물로 각각 전달.

높이 20㎝,가로 30㎝,세로 15㎝ 크기의 자개보석함은 각면에 자개로 소나무와 물가에서 오리가 노니는 풍경 등이 섬세하게 디자인돼 있으며 은제구절판에는 2마리의 학이 새겨져 있다.

○회담결과 공동브리핑

▷20일 일정◁

○…양국정상은 각자의 숙소에서 조찬을 한뒤 상오 9시30분께 호텔정원에서 만나 30여분 동안 이곳을 산책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

이어 이들은 10시부터 1시간15분여 동안 단독회담에 들어가는데 이동안 양국 퍼스트레이디는 호텔내 식물원인 「여미지」를 둘러보며 별도의 스케줄을 가질계획.

단독회담에 이어 양국 대통령은 20여분간 확대회담을 다시 연뒤 상오 11시30분부터는 사라룸과 월라룸사이 복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담결과를 공동브리핑한다.

이어 잠시동안 각각 휴식을 취한뒤 부인 및 수행원들과 함께 마지막 공식행사인 오찬을 갖는다.

그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하오 1시25분께 숙소를 출발,하오 2시께 제주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한다.

이에 따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체한시간은 모두 16시간반 정도가 되는셈.

○소기자 “통일에 도움”

▷보도경쟁◁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날 제주에 도착하자 세계각국 보도진들은 본격적인 취재경쟁에 돌입.

AP 로이터 AFP 등 세계주요 통신들은 양국대통령의 제주도착과 만찬행사를 스케치하면서 이번 회담결과에 대한 전망기사를 송고.

레닌그라드 TV의 알렉산데르·소콜로프기자는 『며칠전에 한국에 와서 서울 등을 취재했다』며 『이번 제주회담이 양국관계는 물론 남북한 통일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피력.<제주=특별취재반>

□특별 취재반

▲정치부=이종구차장 정광철기자

▲사회부=윤승용기자 이충재기자

▲사회2부=허태헌차장

▲외신부=이장훈기자

▲주간부=정진석기자

▲사진부=이기룡차장 장계문기자 최규성기자 곽봉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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