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일정 지연… 우리측 “심야 이한 재고” 꾸준히 설득/소 선발대 “경호·의전 완벽… 1박 무방” 본부에 요청/회담 형식·내용 충실 의미 격상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한일정이 1박2일로 전격 연장됨으로써 이번 제주 한소정상회담의 의미가 한단계 더 격상될 수 있게 됐다.
소련국가 원수의 첫 방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강조되는 가운데서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경유방문」 「심야회담」이라는 일부의 부정적시각이 해소될 수 있게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일정변경은 제주도착 당일인 19일 새벽 4시40분께 제주신라호텔에 머물고 있는 소련선발대를 통해 우리측에 제안됐다. 소련측은 타셰프 선발팀장을 통해 『도착시간을 앞당기기는 곤란할뿐더러 오히려 일본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대로가면 자정을 넘겨서야 이한할 것같으니 제주에서 하룻밤 묵고갔으면 좋겠다. 그렇게되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것같다』고 밝히면서 승락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왔다.
제주현지의 장선섭 외무부 의전장으로부터 이같은 소련측의 의사를 보고받은 청와대 비서진은 이른 아침 정해창 비서실장과 외교안보 보좌관,이병기 의전수석 등이 참석한가운데 긴급회의를 가진뒤 상오 8시께 노태우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소련측에 수락을 통보했다.
소련측의 일정 연장은 이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나 양국간에는 이미 지난 17일부터 이에 대한 은밀한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측 선발대가 제주에 도착한 지난 17일,이청와대 의전수석이 타셰프 소련 의전관과 일정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안개가 짙게 끼는 등 날씨에 자신이 없으니 체한시간 연장을 검토해야한다』고 먼저 운을떼었다는 것. 이수석은 또 『저녁에 와서 자정넘어 떠나는 것은 우리 국민관습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득했고 타셰프 의전관도 『제주도가 한국의 크리미아반도라고하던데 제대로 못보게돼 아쉽다』고 여운을 남겼다.
소련측의 체한시간 연장에 직접적인 영향을미친 요인은 지난 18일 하오 실제상황과 똑같이 실시된 영접준비 상황 리허설과 일본에서의 일정지연 때문.
소련 선발대는 이날 공항에서의 호텔까지 이동과정에서 철저한 경호와 의전,호텔내 편의시설 등 우리측의 준비상황에 『완벽하다』며 감탄을 연발하고 이를 동경 본대에 즉각보고했다는 것. 특히 타셰프의전관은 『준비상황을 종합검토한 결과 제주에서 하룻밤 묵어도 무방할 것같다』며 『체한기간을 하루연장하도록 제의해달라』고 본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련측은 또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일일정이 추가 정상회담 등 예상밖으로 길어짐에 따라 체한일정연장을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게됐다. 제주 도착시간이 하오8시 이후로 늦어질 경우 정상회담이 자정을 넘길 수도 있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피로가 가중되는데다 새벽 1∼2시께 제주를 떠나면 모스크바에는 현지시각으로 새벽 3∼4시께 도착하게 되는 등 여러가지로 모양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체한일정연장에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긍정적시각이 크게 작용했다는게 우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최근 이번 방한·방일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두나라 방문을 똑같이 생각한다. 비중이 다르지 않다』고 측근에게 말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정상회담 일정 등을 급작스럽게 바꾸거나 결정하는게 어렵지않는 소련의 의전스타일도 이번 체한시간연장에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전격성을 보이는 소련의 의전행태를 잘알고 있는 우리관계자들은 지난해 2차례 정상회담의 경험을 살려 마지막까지 협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물론 이같은 소련의 전격적 결정이 외교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 노회한 외교방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쨌든간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룻밤을 묵고간다는 사실은 한소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는 것은 틀림없다.
특히 체한시간 연장으로 양국정상이 보다 많은 대화를 심도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이번 회담의 의미를 격상시켰다고 볼수있다.
또 우리 대통령이 직접 공항출영을 하는 등의 자칫 일그러진 모양새를 피할 수 있게 된것도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제주=정광철기자>제주=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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