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방편」주장 불구 소 퇴보의 길로 인도/「백80도 변화」 전례비춰 개혁 재개 가능성고르바초프의 개혁의 진지성을 일찍부터 인정해왔던 리처드·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7번째로 소련을 방문한뒤 고르바초프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르바초프가 현재의 보수적 경향에서 개혁적 경향으로 돌아설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다음은 닉슨이 소련방문을 마치고 돌아온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 4월22일자에 기고한 글의 요약이다.<편집자 주>편집자>
크렘린궁에서 회담할때 고르바초프는 보수파에 기울고 있는 것은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나에게 확신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가 소련을 나락의 심연속으로 이끌고 있다는 증거는 확연해지고 있다. 급진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련은 제3세계 국가수준의 경제력에 핵초강대국이라는 무기력한 절름발이의 제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소련은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수 없을 것이다.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이것은 좋은 뉴스이다.
하지만 지난 86년과 이번 회담에서 내가 거듭 밝힌바 처럼 한 핵초강대국의 안보는 다른 핵초강대국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는 유지될 수 없기때문에 이것은 나쁜 뉴스이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는데 있어 신뢰할만한 국제적 파트너로서의 소련을 필요로 한다.
고르바초프는 통제체제와 시장경제 사이의 타협점이 없다는 사실과 사적소유권 보장없이는 사기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그는 그를 지금껏 길러왔던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탯줄을 끊을수가 없는 것이다. 민족주의 감정에 대한 그의 둔감함,그리고 공화국들의 정당한 권리주장을 거부함으로써 그는 지금 소련을 분열상대로 몰아가고 있는 분리주의를 격화시켰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에 대한 강경책은 많은 개혁파 동료들이 그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개혁파의 정반대쪽에 있는 보수주의자들은 고르바초프가 효과적인 진압을 수행할만한 단호함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각파세력들 모두 그가 신뢰할 수 없고 나약하며 우유부단하다고 비난한다. 말뿐이지 행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조언자들은 대부분 그가 알아야 할 사항보다는 그가 듣고싶어하는 말만을 하는 「예스맨」들이거나 과거 전체주의 시절에 지녔던 제국주의적 영광과 표면적인 안정상태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공산관료들이다.
고르바초프의 지지자들은 고르바초프가 보수주의자들과 동맹한 것은 애정이 없는 일종의 정략결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혼은 원치않는 아이를 탄생시키게 마련이다. 이미 우리는 시위와 파업에 대한 규제와 같은 비상조치뿐만 아니라 글라스노스트에 대한 불길하기 이를데 없는 제한을 목격하고 있다. 이 결과 민주화작업은 역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5년전에 비해 볼때 낙관적이지 못하고 박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하나도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지적능력과 정치적 생존본능은 여전하다.
「보수주의자 고르바초프」가 「개혁주의자 고르바초프」로 바뀔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1백80도 입장변경을 한바가 있다. 동독이 서독에 통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로 그가 통일독일의 나토잔류를 허용했다.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던 그가 소련의 혁명적 정치변혁을 주도했다.
고르바초프는 현재 보수파와 맺고있는 동맹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그가 보수파와 손을 잡고 있는한 권력을 유지할수 있을지는 모르나 역사속에서의 위치를 상실할 것이다. 그가 과거의 많은 개혁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개혁의 씨앗을 뿌리고 그 결과를 수확하지 못하는 전철을 밟게된다면 그것은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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