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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독트린의 비현실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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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독트린의 비현실성(사설)

입력
199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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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유럽의 냉전질서 청산과 같은 본질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가 두나라 관계의 본질적 전환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평가와,한반도를 중심으로하는 동북아의 긴장완화에 관한 두나라 지도자의 의견교환이 아예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는 속단할 일이 아닐것이다. 좀더 긴안목으로 두나라 사이의 경제교류 변화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것이다. 다만 당장 우리의 관심거리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크게는 아시아·태평양지역,작게는 한반도와 주변 강대국 사이의 균형과 안전보장 체제의 내용이다.소련과 일본은 예상했던 대로 한반도 정책에서 교차승인=교차교류를 지지하고,북한의 핵사찰에 공통된 인식을 보여줬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아사아판 냉전 청산구도로 내세워온 소위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전보장체제 구상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동경독트린」으로 부르고 있는 이 구상은 간단히 말해서 미국·소련·일본의 3각협력,이들 3개국에 중국·인도를 덧붙인 5개 국회의 구성,그리고 동북아 협력지대 창설의 세가지 내용으로 돼 있다.

이러한 구상은 소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인식이 미숙했거나,아니라면 탈냉전의 이름아래 이 지역에 대한 발언권 강화에만 집착한 일방적인 정치 스케줄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미 일본측이 지적한것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적인 힘의 구조는 동서가 2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맞서있었던 유럽과는 판이한 것이다. 그런 뜻에서 미국·소련에다 일본·중국·인도로 구성되는 5개 국회 이 지역의 안전보장협의체의 기둥으로 조직한다는 것은 어설픈 「강대국주의」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의 문제는 바로 한반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고,한반도의 문제를 당사자를 빼놓고 인도나 일본 또는 중국이 어떻게 다루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 구상에 관해서는 제주도 회담에서 소련측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또 우리측으로서도 분명한 태도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마치 40년전 6·25 전쟁을 다루던때처럼 생각하는 시대착오는 결코 받아들일 수도 없고,또 현실적인 판단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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