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이란 이런 경우를 위해 생겨난 말인 것같다.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 가이후(해부준수) 일본총리는 전례없이 3차례나 회담을 연장,모두 6차례에 걸쳐 양국간의 현안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도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 두 지도자의 회담은 원래 17일 하오의 제3차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양쪽이 만족할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예정됐던 스케줄을 취소하고 18일 4차회담을 가졌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않자 제6차 회담으로 이어졌으나 두사람의 주장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릴뿐이었다.
마지막 회담에 임하는 두사람의 얼굴에는 여유 만만하던 미소가 사라졌다. 카메라를 의식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을 풀지못해 회담분위기는 서먹서먹한 것 같다.
외교사상 전례가 드문 6차례의 정상회담을 이토록 어렵게 한 것은 일본이 목을 메다시피한 북방 4개도서 반환문제였다.
46년동안 빼앗긴 영토를 이번 기회에 꼭 되찾겠다는 일본과,땅은 돌려 주지 않고 경제협력만 얻어내겠다는 소련의 속셈.그것은 처음부터 물과 기름을 혼합시키려는 노력이나 다름없었다.
4개도서 일괄반환이란 「국론」에서 한발짝 물러선 일본은 2개 섬의 반환을 약속했던 지난 1956년의 일소 공동선언의 유효성이라도 인정하라고 몰아 붙였다. 그것을 인정하면 두섬을 빨리 돌려주지 않을수 없게되므로 소련은 『이제부터 반환교섭을 시작하자』는 선에서 버텼다.
일본의 요구를 수락하면 당장 「엔」가방을 들고 갈 수 있음을 알면서도 「땅을 팔아 먹었다」는 비난이 두려워 결단을 내리지 못한 고르비의 딜레마를 읽을 수 있는 회담이었다.
회담결과에 실망한 일본사람들은 저녁마다 호화로운 파티대접을 받은 소련측이 답례파티도 열지않는 것을 입방아거리로 올리기 시작했다. 불쾌감의 표시이다.
두나라 사이에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온 소련이 영토문제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러니 이제부터 각료급대표단을 만들어 반환교섭을 시작하자』고 나선것도 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일본의 기대가 너무 뜨거웠다.
고르바초프는 19일 교토(경도) 나가사키(장기)를 들러 제주도로 날아간다. 일본에서는 3박4일을 머문 그가 귀로에 잠시 비행기를 세우고 변방에서 야밤회담을 갖는 것이 불쾌하다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린다. 예의가 갖추어지지 않은 방문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일본과의 줄다리회담이 시사하는 의미는 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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