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어지럽다. 학생들이 사고의 균형을 잃은듯하고 행동은 저돌적이라 할만하다. 이해와 상상을 넘는 교내 폭력이 마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크게 잘못되었다. 그럼에도 학교와 교수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게 공론이다.교내에서 차선시비로 교수의 멱살을 잡는가하면 심지어 총장사진 밟기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실이다. 그리고나서 화합의 마당이 마련되고 사과 단식이 벌어지니 학생들의 실상과 허상이 무엇인지 종잡을수가 없다. 아무리 가치의 혼돈 현상이라해도 이럴때엔 딱 부러진 결말이 나야한다.
반지성의 작태를 직시한 대학총장들은 전국대학총학장회의를 열어 교권침해에 깊은 우려를 표명,앞으로 단호한 조치로 폭력의 재발을 막으며 바람직한 사제관계를 정립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 결의는 시기에 알맞는 의지 표현으로 실천의 강도와 효과를 주목케 한다.
총장들의 모임과 같은 날,우연이긴하나 몇몇 대학에서 새로운 불상사가 또 발생했다. 학내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의 요구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스승을 위협하고 밖으로 내쫓는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종래의 학생운동과는 무관하게 최근의 과격한 집단행동은 만성화되어 즉흥적으로 폭발하는게 특징이다.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과 분석은 약하면서 시기와 장소를 안가리고 불만을 폭력으로 터뜨리고 있다. 학외 이슈는 집단시위로,학내문제는 점거·농성·폭력으로 의사표시를 함부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적 수단은 결국 일반의 지지를 상실케 하며 나아가서 반도덕성과 무정서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극렬한 투쟁만이 개혁의 왕도라는 생각은 이미 낡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은 개방과 대화의 통로가 열려있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마찬가지다. 반외세나 분단영구화니 하는 구호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시대의 흐름을 통찰할 능력을 키우는게 행동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학내문제도 학생의 독단과 힘으로 좌우될 일은 아니다. 설사 목적이 정당하다 하여도 방법 또한 합리적이어야 지지와 환영을 기대할 수 있다.
학교와 스승의 입장도 분명해야 한다. 옳는것과 잘못을 확실하게 구별해 주고 과감하게 지지할것은 지직하며 제재조치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교권침해는 바로 교육의 위기와 직결된다.
사제관계는 정과 윤리가 함께 받쳐가야 굳게 맺어진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윤리가 앞섬이 마땅하다. 스승을 깔보고 능멸까지 하려느듯 덤비는 제자는 배울 자격조차 없다고 엄한 판단을 내려야한다. 대학이 정상과 권위를 회복하는 길은 교수는 교수답게,학생은 학생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뿐이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인 스스로가 극복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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