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정간섭” 비난【워싱턴=정일화특파원】 조지·부시대통령은 16일 특별성명을 통해 쿠르드족 피란민들의 안전한 구호를 보장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지역에 미군을 투입,이라크군 접근을 막을수 있는 난민캠프를 구축하도록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부시대통령은 미·불·영군이 보호할 이 안전지대는 5∼6개의 캠프로 구성되며 필요시 공군력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이라크 쿠르드지역에 투입되는 이들 미군은 필요에 따라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대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미군이 이라크내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 조치는 쿠르드족에 대한 인도적지원을 결의한 유엔결의 제688조에 부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방부 관리들은 이와관련 5천∼1만명 규모의 미군이 난민수용소 건설에 동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그다드·파리 로이터 AFP=연합】 이라크는 17일 이라크 북부에 난민촌을 설치,이를 보호관리하겠다는 미주도의 쿠르드 난민보호계획에 대해 이는 미국과 그동맹국들의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아메드·후세인·쿠다예르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라크 관영 INA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유엔 진상조사단과 함께 난민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라크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비에르·페레스·데·케야르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난민촌 관리를 위한 미·영·불의 군병력 파견은 이라크 당국과 협상를 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참한 곤경」외면 세계비난의식 노선선회/주권침해불구 「인도적문제개입」 첫 선례로(해설)
조지·부시 미대통령은 걸프전 결과인 쿠르드족 난민문제를 외면한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결국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걸프전을 시작할즈음 부시대통령은 『이라크국민 스스로가 사담·후세인을 몰아내야 한다』며 은근히 북부 쿠르드족과 남부 시아파들을 부추겨 반사담·후세인 운동을 권장하는듯 했다. 그러나 전쟁이 일단 끝나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반후세인 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을때 부시는 『그것은 국내 문제이다. 적어도 수십년전부터 그런 문제가 있어오지 않았는가』라며 정부군에 쫓기는 비참한 피란민들을 본체만체 했다.
그런데 16일의 특별성명에서 부시대통령은 「인도적 이유」로 미군을 이라크북부 쿠르드족 지역에 투입시켜 쿠르드족 피란민의 안전구호를 돕겠다고 발표했다. 부시대통령이 절대로 이라크 국내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결심을 번복하고 미군을 쿠르드지역에 투입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쿠르드족 피란민들의 극심한 고초를 일단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후세인은 당초 60개 사단 규모의 병력을 갖고 있었는데 이중 40개 사단은 쿠웨이트 전역에 투입했고 나머지 20개 사단은 북부에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에 맞서도 지지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이라크군이었던 만큼 몇문의 박격포와 소총정도로 맞선 쿠르드족,시아파를 무장헬기,지대지미사일,대포,항공기 등을 동원한 정부군이 이를 제압하기는 대단히 쉬운일이었다.
미국은 『헬기공격은 휴전조건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후세인군에 대한 공중공격을 묵인했었다.
결과적으로 2백50만에 이르는 쿠르드족은 이란으로,터키로 도망치지 않을수 없었다.
특히 터키쪽으로 도망친 쿠르드족들은 터키정부가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국외 탈출도 못하고 섭씨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눈덮인 산허리에 텐트도 없이 얼어 죽어가는 비참한 상태에 놓였으며 하루에도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려 죽어가는 어린이,노약자가 적어도 1천명을 헤아린다.
부시대통령의 말대로 이번에 투입되는 미국들의 안전지대작전이 인도적 차원에서 성공한다면 두가지 교훈을 역사에 남길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인도적문제의 주권상위 개념 정착이다.
유엔은 지난 4월5일 유엔결의 제688호를 통해 이라크의 쿠르드족 박해 행위를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결의했다. 부시대통령은 이번 미군캠프설치가 바로 유엔결의 제688호에 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독재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포약행위는 그 행위가 아무리 극단적이고 집단적이더라도 주권의 문제로 간주하고 유엔은 방관적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유엔은 쿠르드족 문제를 계기로 이런 잔학행위는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지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 행위의 하나로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북부에 미군투입을 하게된 것이다. 중대한 선례를 만든 셈이다.
둘째는 강대국 정책의 신중성에 관한 문제이다.
부시행정부는 걸프전을 시작하면서 전쟁의 목적은 이라크국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며 바로 독재자 사담·후세인체제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었다.
미국의 적이 사담·후세인이고 부시대통령이 16일 기자회견에서도 말 한것 처럼 『문제는 후세인』이라면 전쟁결과는 후세인의 패배를 가져와야 한다. 걸프전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후세인 건재한채로 남겨두었으며 이라크국민만 죽어가게 하고 있다.
쿠르드인들은 『미국은 사담·후세인을 죽이려 하는 것이 아니고 쿠르드족을 학살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미군을 쿠르드족 피란민보호를 위해 투입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쿠르드족 문제를 순수한 내분문제로 보던 개념을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강대국정책의 오산은 턱없는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쿠르드족 사건이 남긴 적지않은 역사교훈의 하나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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