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의회 개원 다음날인 16일 하오2시 서울의 22개 구의회는 구정보고회 및 본회의를 열어 의정활동을 시작했다.그러나 마포구의회의 경우 하오2시30분께 구청측의 보고가 시작돼 총무국장이 자료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을 때 의원석에서 의외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구의회 첫날부터 구청장은 왜 얼굴을 안 보이느냐』 『구정보고회 당일에야 자료를 주면 언제 읽고 검토해 보느냐』는 것이었다.
난처한 표정이 된 총무국장은 『청장님이 과천중앙공무원 교육원의 정책관리자 특별연수교육에 참석하느라 불가피하게 구정보고를 대신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의원들은 불만이 많은 채 양해를 하는 눈치였으나 밖으로 나갔던 한 의원이 서울시에 전화를 걸어 구청장이 참석한 교육이 1년에 한차례 실시되는 행사이며 10·12·16·17일중 아무때나 가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오자 장내는 다시 술렁기기 시작했다.
이날 마포구청장 뿐 아니라 14명의 구청장이 이 교육에 참석하느라 구의회에 불참했고 구로구의회는 구청장의 직접보고를 요구하며 30여분 동안 정회소동까지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원들은 그동안의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경찰서에서 형사사건 민원관계서류를 보여 달랬더니 「구의원이 뭣하러 그런걸 보려 하느냐,서장님께 인사나하고 돌아가라」고 해 웃음거리만 됐다』 『주민들에게 민원을 말하랬더니 「구의원이 뭔 힘이 있느냐」고 웃기만 하더라』 『구청장이 첫날부터 의회에 참석도 안하느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증거』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결국 한동안의 소란끝에 총무국장은 일사천리로 자료를 읽어내려갔고 일체의 문답없이 구정보고회는 끝났다.
구의회에 기관장이 반드시 참석,보고하거나 관계자료를 갖다 바쳐야할 법적의무는 물론 없다.
그러나 의원들의 불만대로 첫날부터 행정기관에 의해 구회의가 이처럼 무시당하고 구의회 경시풍조가 번진다면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주의 풀뿌리는 자라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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