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건져올린 잠수부 만났다”/피격직후 특수장비로/잔해·사진 3백점 보관/한국등 「중요정보」 알고 있을듯/사체 소각설 사실무근… 진실은 꼭 밝혀질것지난 83년 소련 전투기에 격추된 대한항공(KAL) 007기 블랙박스가 사건 직후 소련 당국에 의해 회수됐으며 격추된 KAL기의 일부 잔해 및 유해 등에 관한 자료 중 상당수가 공개되지 않은채 현재 보관돼 있는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그동안 KAL기 격추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해온 소련 정부 기관지 이즈베스티야지의 특별 취재팀(7명) 장 안드레이·블라디미로비치 알레쉬기자가 최근 모스크바에서 본보 뉴욕 지사 최승우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일레쉬기자는 한국 기자와는 최초로 가진 인터뷰에서 『취재중 블랙박스를 건져 올려다는 잠수부를 만남으로써 블랙박스 회수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잠수부는 잔해인향을 위한 특수장비로 블랙박스를 건졌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팀은 KAL기에서 회수된 잔해 일부와 약 3백여점의 관련 사진과 자료 등을 금고속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보관 잔해 일부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레쉬 기자는 지난 49년 모스크바에서 출생,모스크바대 신문학과를 졸업한뒤 이즈베스티야지에 입사했으며 86년 소련 기자로는 최고의 영예인 유니온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2차례나 최고 기자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87년 출간한 「체르노빌소련 기자의 목격 기록」,지난 2월 일본 등에서 발행된 「소련의 마피아」 등이 있다.
다음은 일레쉬기자와 5시간에 걸쳐 가진 단독 인터뷰 내용이다.
KAL기 사건을 확실하게 증언할 수 있는 블랙박스가 과연 회수 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없는가.
『우리는 취재중 블랙박스를 건져 올렸다는 잠수부를 만났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잔해인양을 위한 특수한 장비를 통해 블랙박스를 건져올렸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이 블랙박스의 행방을 계속 추적중이며 이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다음 보도의 초점이 될 것이다』
생존자나 사체 소각설이 나오고 있는데.
『생존자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취재에서 다시 철저히 조사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온전한 사체도 발견된 바 없다.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었고 사진과 자료도 갖고 있다. 사체를 소각했다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의 인용 보도는 오보이며 공식사과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가정으로서 모든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KAL기가 항로를 이탈해 소련 영공을 침범한데는 고의성이 있었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Willful Misconduct)이 있었는데 항로 이탈이 첩보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있는가.
『첩보를 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첩보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1백%의 확신도 없다』
소련 외무부의 한국 과장은 이즈베스티야지의 KAL기 관련 보도에 대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것일뿐 공식적인 것은 아니며 기자의 양심에 관한 문제』라고 말하면서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듯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완전한 증거없이는 보도하지 않는다. 특히 소련에서 이러한 보도는 증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미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 특별 취재팀의 명예를 걸고 관련 사진들을 한국일보에 특별히 공개하겠다.
그는 사무실과 자택에 보관된 약 3백여장의 사진 일부를 보여줬다. 그가 공개한 사진은 ▲사체의 일부 ▲블랙박스를 건져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내의 특수장비 ▲작업중 기념찰영한 잠수부 20여명(여자 5명 포함) ▲사체를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이는 게 수십마리 ▲잔해인야 작업에 동원된 군함 ▲잠수부들의 작업 모습 ▲골프공,철제부분만 남은 열쇠지갑,캐나다제 재떨이,신발,남자용 겨울 외투,책 등 유품이 선명하게 촬영돼 있었다. 사진은 대부분 흑백이나 컬러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사체의 일부는 엉덩이 허리부분 등으로 대부분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었으며 잔해들을 건져올린 뒤 촬영한 것과 바다 밑에 가라앉은 상태로 촬영한 것이 반반정도였다.
그는 또 약 50쪽으로된 잠수부 전원의 명단과 인적사항 기록 카드및 각종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금고에 일부 잔해 실물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인양 잠수부가 기념촬영한 사진의 배경에는 기체 출입구 부근 손잡이에 「당기시오」라고 한글과 영어로 쓰인 글짜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즈베스티야지에 보도가 나간후 소련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약 6천여통의 편지와 셀수 없을 정도의 전화를 받았다. 이 편지와 전화에는 많은 새로운 사실과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 관련자의 이름과 주소는 물론,구체적인 인양물건의 시간과 장소까지 명기된 편지와 증거품도 입수됐다.
민간 항공기를 격추해 무고한 민간인 2백69명을 유해조차 분간할 수 없도록 살해한 사건에 대해 소련당국이 모든 책임을 지고 기록을 공개하는 동시에 보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이 사건을 소련만을 지적해 아무런 잘못도 없는 KAL기를 격추시킨 잔학 무도한 살인자로만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련은 직접 KAL기를 격추한 책임이 있으며 결국은 한국과 미국,일본이 모두 협조해서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은 각국의 정치나 외교,첩보나 무기의 비밀을 초월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사실을 세상 사람들의 양심의 차원에서 꼭 밝혀야 한다고 믿는다』
소련을 비롯해 관련당사국들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진상을 그들이 왜 숨기려는지 알 수 없다. 소련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 등 관련 4개국 모두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각국이 상당히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사실을 숨기려하고 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공개되지 않은 자료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한국정부가 매우 흥미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몇차례 자료 요청을 해도 한국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한국 대사관에도 수차례 협조요청을 했으나 지극히 완고한 자세로 협조하지 않았다』
KAL기 사건보도와 관련해 정부 당국이나 KGB의 압력은 없었는가.
『없었다. 더 중요한 점은 그들이 어떠한 압력과 비협조로 방해를 한다해도 진실을 덮어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한 보도 계획은.
『우리는 과학자와 잠수부들을 대거 동원해 이미 확인된 추락지점을 샅샅이 조사할 것이다. 이미 17회에 걸쳐 이 사건을 보도했으며 4월말이나 5월초부터 다시 기회물로 다룰 것이다. 곧 내가 쓰고 있는 「소련의 미스터리KAL 007」 이라는 책이 독일에서 출판된다. 이 책은 가장 상세한 내용과 근거자료,관련사진 등이 수록 될 것이다』<모스크바=최승우기자>모스크바=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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