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은 글자 그대로 최고정책 결정권자들의 만남이므로 기회이자 도전이 된다. 특히 첫대면일때는 더욱 그렇다. 정상들은 정치체제얄 어떻든 그 체제에서 정점등반에 성공한 인물들,남다른 통찰력을 갖고있다고 일단은 봐야한다.이 보통이 아닌 눈으로 상대를 재고 또한 느낌으로 상대에대한 인상을 형성한다. 이래서 당사국은 사전에 실무회담을 통해 의전에서 코뮈니케까지 모든것을 다합의해놓고 정상들은 각료와 보좌관이 만들어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도록 하는것이 상례다. 그러나 단독회담에서의 모든 대화까지 일일이 각본화 할수는 없다. 따라서 예외적이기는 하나 변수가 있다.
오는 4월19일 제주에서 갖는 노태우·고르바초프 한·소 정상회담은 두 정상들의 세번째 만남이다.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소련정상으로서는 한국은 물론 한반도에 대한 첫방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일본 방문후 귀로에 3,4시간 기착하는 짧은 방문이지만 그의미가 엷어지지 않는다. 한·소 양정상은 구면의 상태이고 한·소 관계가 순항의 궤도를 그리고 있어 이번회담은 상호간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을 내다볼수 있다.
노대통령은 그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뤄지는 고프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에 정치적인 이미지 개선의 기회를 읽을 수 있다.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대화 및 통일문제 등 남·북한문제 ▲북의 핵안정협정 가입문제 ▲한·소 교류강화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에 관한 방안 ▲아·태지역 협력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예상되는 의제들이고 모스크바회담에서 협의,합의했거나 아니면 이견의 경우 상호의 입장을 양해했던 사항들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일 등 우방들의 수확은 소련의 대북한 핵연료 공급중단 성명이다. 이그나첸코 소련 대통령 대변인은 지난 15일 동경기자회견에서 『소련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현장 사찰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 모든 종류의 핵연료공급과 핵관련협조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측으로서는 이 조치에 대한 재확인을 하게될 것이고 한국의 유엔가입에 대한 소련의 협력과 현재 소련측이 미온적태도를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협력과 어업협정의 조인 등을 요구하게 될것이다. 소련측으로서는 이미 합의한 30억달러의 경협이행 재확인과 자원공동개발추진 등을 강조할것이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협상에서의 특정결실을 목적으로 한것이 아니다. 한국의 강력한 방문요청을 소련측이 수용한 것이다. 방문 그 자체에 보이지않는 의미가 있다. 소련에 대해서는 북한의 배후세력과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북의 대남 군사위협을 중화시킨다는 북방정책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 셈이된다. 이런때문일수록 북은 상대적으로 경직화 되기쉽다. 남북 화해무드의 유지 또는 진척을 위해서는 북에 대해 유연한것이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정상회담은 정상들 자신에 의해 대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선호된다. 상호신뢰감을 높여주고 관료주의의 벽을 뚫는 지름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정상외교」를 국내정치와 관련해서도 한껏 활용했다. 그는 레이건,부시 등 역대 미 대통령과 모두 4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 후보때의 레이건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은 그의 이미지 형성에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레이건,부시와 고르바초프 등 미·소 정상들은 정상회담의 애호가며 도사들이다. 부시대통령은 이번 걸프전에서 정상들과의 통화외교로 반후세인 전선을 구축했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정상들과의 면담으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파는데 성공했다. 노대통령도 상당한 경험과 지혜를 축적했다. 한국이 초청자로서 정중,의연,자신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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