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에 걸치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일본방문이 시작됐다. 그의 일본 방문은 단순히 일본과 소련 두나라 사이의 현안을 풀기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소련의 광범위한 아시아정책과 관련되는 만큼 우리도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적 사건이다.잘 알려진 것처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제정러시아를 포함해서 두나라 외교사상 처음있는 소련최고 지도자의 일본나들이가 된다. 이것은 지난 86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연설을 통해 『동쪽창을 열겠다』고 선언했던 고르바초프의 동방정책이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섰음을 암시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 연설이후 88년 9월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평화안 7개항을 내놨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방정책은 최근 동북아경제권의 구성제의에 이르기까지 그 기본적인 골격은 다 나온셈이다.
그 핵심은 소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적극적인 구성원으로 참여한다는 기본적인 목표에 있다. 한국과의 수교는 그 목표를 겨냥한 첫 포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그 두번째 포석이 될것이다.
두말 할것도 없이 고프바초프 대통령과 일본의 가이후수상 사이에 놓인 현안은 소위 「북방 4개섬 문제」로 불리는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와 상당한 규모의 경제협력이다. 두나라 모두 국내사정으로 볼때 이 두문제에 극적인 타협보다는 어느 선에서 잠정적 합의가 이루어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의 보다 큰 관심은 쿠릴열도나 경제협력이라는 두나라의 쌍무적인 현안보다는 당연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북아문제에 있다. 두나라가 남북한의 대화를 촉구하고,교차승인=교차교류에 의견을 같이 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소련측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본도착에 하루 앞서 북한의 핵사찰문제에 분명한 경고를 발표했다. 「핵사찰을 거부한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는만큼 소련의 경고가 실제로 얼마만큼 효과를 보일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탈냉전의 이름아래 경제협력과 안보문제를 포함해서 동북아에서 보다 적극적인 구성원의 자리를 요구할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의한 안보협의체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사이에 어느 정도의 화해를 끌어내는데 성과를 거둔다면,동북아에도 새로운 긴장완화와 다원적 균형의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그가 일본방문에서 무엇을 가지고 제주도에 올것인지 주목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