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소에 과잉기대 말아야”/일 게이오대 가미야·후지교수 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소에 과잉기대 말아야”/일 게이오대 가미야·후지교수 기고

입력
1991.04.17 00:00
0 0

◎안보·경협·남북관계개선에 소 역할 한계/일·소 관계도 결과따라선 역효과 가능성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16일 동경에 도착,동북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의 전기가될 일본·한국 순방길에 나섰다. 일본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게이오(경응)대 가미야·후지(신곡불이)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고르바초프의 방일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인 제주회담을 보는 외부의 시각을 조명해본다.

크렘린궁의 주인이 처음으로 동경에 온것은 일소관계 진전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일이 주는 실질적 성과가 상징성이 갖는 높은 기대치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중 일 소간에 체결할 협정이 14개에 이르지만 어느하나 양국관계 개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할만한 것은 없다.

그만큼 일본은 소련과의 관계에서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렇지만 고르바초프로부터 이에관한 확실한 답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우선 그가 소련 국내에서 처한 입장에 기인한다.

지난주 일본 학자들간의 한 회합에서 과연 가이후(해부) 일총리가 오래 권자에 머무를까,고르바초프가 오래 있을까하는 화제가 나왔는데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고르바초프가 먼저 퇴진하게 될것이라고 얘기했었다. 최소한 가이후는 10월까지 그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고르바초프는 소련 국내정세가 너무나 유동적이어서 그 정치적 장래가 점칠수 없는 상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고르바초프에게 북방영토에 관한 많은 국내적 제약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고르바초프로서는 북방영토에 대한 다른안도 제시할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양국간 경제유착이 이 문제를 대신할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현재의 소련 경제상황에 비춰 일본은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있지 않다.

따라서 1891년 니콜라이황태자의 방일이후 소련최고지도자로서는 꼭 1백년만인 고르바초프의 방문으로 일본에서도 한차례 「고르비붐」이 일겠지만 알맹이 없는 성과에 실망,양국관계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지않을까 우려된다.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새로운 세계질서구축을 위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아태안보구상에 대한 일본의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걸프전쟁을 통해 소련의 무력함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소련은 더이상의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본인 사이에 팽배해졌다. 아이로니컬 하지만 소련이 커다란 군사적 위협요소로 존재할 경우 이 새로운 구상은 매우 절실하고 매력적 제안이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하에서 새로운 안보의 틀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보지않는다.

물론 직접적 안보이해가 걸려있는 한국이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단기적으로 이로인해 빠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기대치않는다.

물론 유럽에서의 재래식 무기감축협정(CFE)이후 소련의 군사력이 우랄동쪽,즉 소련의 동부아시아지역에 이동증강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 견해로는 순수한 경제적 이유로 본다. 무기를 폐기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내할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소련 극동함대의 경우,신형함으로 대체함으로써 전력증강을 이루지 않았나하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작전수행능력면에서는 현저히 줄어든게 사실이다.

한가지 부연하면 50년대 일소 국교정상화시 하토야마(구산) 당시총리가 소련을 방문한것을 비롯,다나카(전중) 나카소네(중증근)총리가 차례로 모스크바를 방문,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런점에서 이번 고르바초프의 방일이 이에대한 답방이라는 당연한 인식과 함께 양국간 협상에 있어 일본이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고르바초프 방일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하지만 냉전의 산물인 민족분단문제를 안고있는 한국에 크렘린의 지도자가 공식방문한다는 사실은 전후의 역사를 새로 쓸만큼 그 의미는 지대하다.

일부에서는 소련의 대한접근이 북방영토문제와 경제협력에 대해 일본측에 압력을 가하는 「카드」로 쓰인다는 설도 있다. 비록 서둘러 일정을 잡은 제주회담이 어색한 모양새를 갖췄으나 소련의 동아시아관계가 단지 일소 관계만이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하려는 한국측의 본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물론 중대한 의미를 지닌 한국의 유엔가입에 대한 소련의 지지를 명백히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소련에 대해 경제적이거나 안보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을듯 싶다.

급속한 한소 국교수립이후 양국간 큰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어떤 획기적인 경제적 성과나 남북한 관계개선에 있어 소련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작용하는 것같지도 않다. 한국내에서도 소련에 걸었던 기대가 점차 누그러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간의 3차 정상회담이 북한에 대해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진전되길 강요하는 자리가 될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핵개발설과 관련한 소련측의 압력가중이 그 한 예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책이 변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북한의 정책결정 행태상 외부적 강요보다는 전적으로 「평양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에 단기적 변화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