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군사고문 세르게이·아크로메예프 원수는 지난주 소련의 「붉은군대」가 이미 서방측에 위협적 존재가 아니며 바르샤바 조약군도 군사적 체제로는 분해된 상태이므로 서방측도 나토의 군사구조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실은 소련측의 그런 요구가 없다해도 사방측역시 「적대군」이 없는 상태에서 나토의 존재양상에 대해 새로은 시각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샤바 조약군을 구성하던 소련,폴란드,체코,헝가리,불가리아,루마니아 등 6개국의 군사지도자들은 3월말 모스크바에 있는 바르샤바조약군 참모장 블라디미르·로보프장군 사무실에서 마지막회합을 갖고 조용히 정리절차를 끝냄으로써 그 군사적실체는 사실상 와해되었다. ◆한때 슈미트 전 서독총리가 소련내 정치상황의 불안정이 새로운 독재체제를 유발하면 새로운 긴장이 싹틀수도 있다고 우려한 적이 있는데대해 아크로메예프 원수는 「6명의 소련 원수들이 모두 손잡고 개방체제를 지켜간다」 고 해명까지 했다. 실제 소련은 그들의 방위산업구조의 재편성을 공언하기까지 한다. ◆그런가하면 미국도 향후 6년동안에 43개의 군사기지를 폐쇄하고 병력도 25% 감축하는 등 계획을 공표했다. 한때 세계를 이른바 「공포의 균형」으로 몰아왔던 미·소 두「거인」의 이같은 화해무드는 예상보다 빠르게 시대를 바꾸어놓고 있다. 그런 관점에선 걸프전쟁은 시대의 큰 흐름속에서 빚어진 국지적 해프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동,한반도 등이 아직도 전쟁발생확률이 높은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전혀 무시할 수가 없다. 각국이 미·소에 의존하던 시대도 끝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긴장상태의 근원이 미·소 양극체제에서 비롯됐다면 결자해지의 견지에서라도 한반도의 긴장완화에는 아직도 미·소의 할일이 남아있다. 한반도의 주체는 우리자신이지만 두거인의 마무리도 동반돼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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