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안보 「걸림돌」 제거/북한,현실적 거부 곤란/대미·일 개선 요구할듯… 미·중 대응도 주목소련은 15일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 위원회(IAEA)의 핵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측에 핵에 관한 모든 공급과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경고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북한에 대한 핵원료 공급 등 중단 통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더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혹은 집단안보 체제 구상의 걸림돌인 북한의 핵문제에 명백한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이 지역의 상대적 파트너인 미국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볼때 소련의 이같은 구체적 행동은 일단 북한의 핵무기 무장을 가장 우려하는 한국의 입장을 상대적으로 고무시켜주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며칠전 이종구 국방장관이 언급,곧이어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듯이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무장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안보적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주변국인 미국 일본은 물론 북한과 관계를 유지해온 소련과 중국까지도 북한의 핵보유는 가장 꺼림칙한 「현실」 이기도 했다.
따라서 「핵없는 북한」과 「핵있는 북한」과는 이 지역의 힘의 균형에서 볼 때 엄청난 차이가 있는 만큼 소련의 이번 경고는 가장 바람직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소련으로서도 동북아,나아가 아태집단안보체제하에서는 소위 4대 강국인 미 일 중 소외에 돌출한 특정세력은 자국의 이해확대에 「혹」이 되는 등 앞으로 이 지역에서의 이니셔티브 행사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소련의 이같은 구상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도 세력 균형의 차원에서 동조할 수밖에 없으나 제각기 생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은 소련의 북한핵사찰한반도 비핵화동북아 또는 아태지역 집단 안보리체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축」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련의 구상에 대해 이는 주한미군 및 동북아 또는 아시아지역의 미군 철수까지 강요하는 것이며 그동안 절대적 영향력을 끼쳤던 이 지역에서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레그 주한미대사도 이점을 간과한듯 최근 한반도 비핵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미국의 태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부연설명하자면 미국은 소련이 의식하고 있는 유럽식 집단안보 체제가 아직은 아태지역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한반도의 경우 남북한간 긴장완화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없으며,중국의 개혁의지 또한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과 맺고 있는 끈끈한 양자간 동맹체제가 소련의 의도에 의해 무너진다면 미국의 기득권은 물론 이 지역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군사력 마저 소련의 페이스에 말려 감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역시 아태지역이 유럽과는 지정학적으로나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외견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자국의 이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북방 4개 도서의 반환문제가 최대의 현안인 만큼 일단 소련의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베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소련이 지역안보 체제를 주창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어느정도 몫을 가지고 있는 자국의 입장을 악화시켜 결국 미소 양극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자국의 이익에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물론 주변국들의 이해상관 관계이지만 핵무기 보유의 가능성을 가진 북한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북방외교에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국내외적으로도 개혁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 우방인 소련측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선뜻 소련의 요구를 수용하기 이전에 한국과의 대등한 국제적 입지를 확보키 위해 소련에 대미 대일관계 개선에 대한 중재적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이미 노태우대통령이 제창한 「동북아 6자 평화회의」가 소련측 견해와 비슷한 궤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소련의 이니셔티브에 대한 미일의 반응을 눈여겨보면서 공감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유도하면서 미 일 중 소 등 주변강대국과의 조율속에 통일에 이를 수 있는 가장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시점에 도달했으며 이번 노태우고르바초프 회담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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