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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농민위한 쌀사기」 나서/연대 유네스코학생회서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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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농민위한 쌀사기」 나서/연대 유네스코학생회서 앞장

입력
1991.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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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서 수매안돼 시름하는 모습 목격/기숙사와 산지 거창 직거래추진 “결실”쌀풍년속에 한해 영농비에도 못미치는 수매가에 시름하는 농민들을 위해 대학생들이 「보은의 쌀사기운동」을 벌여 산지와 기숙사간에 처음으로 직거래계약이 맺어졌다.

연세대 유네스코학생회(회장 박진경·21·여·간호 3)는 지난 5일 경남 거창군 가조면 도리 도상당부락 농민회와 연세대 기숙사인 무악학사(생활관장 이종성·52) 사이에 쌀 직거래계약을 맺어주었다.

연세대 유네스코학생회가 이 운동에 착안한 것은 지난 89년 이 마을에 농활을 다녀오면서부터. 학생들은 당시 농촌의 현실이 알고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정부의 쌀수매가는 영농비에도 못미칠뿐 아니라 전체생산량이 절반밖에 수매되지않는 것을 보고 쌀을 직접 사서 돕기로 했다.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와 이같은 체험을 주위에 알리고 교내신문과 대자보 등을 통해 쌀직거래 캠페인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생들은 궁리끝에 좀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대량으로 쌀을 소비하는 기숙사와의 직거래 방법을 추진했다.

유네스코학생회는 지난겨울 농활을 끝내고 올라와 총학생회에 이같은 방안을 제안,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낸 뒤 교내 7개 기숙사중 우선 학생자치활동이 가장 돋보이는 무악학사와의 직거래계약을 추진했다. 그동안 상인들로부터 쌀과 부식을 구입,학생 5백여명에게 공급해온 무악학사자치회(회장 김상로·24·법학 3)도 이 제안을 환영,지난 5일 도산당부락농민회 정신화 사무차장(33)이 직접 가져온 쌀 품평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도산당 쌀의 품질이 손색없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즉석에서 앞으로 1년간 이곳 쌀을 구입하기로 결정,농민회와 계약을 체결했다.

무악학사에서 소비하는 쌀은 연간 5백여가마 정도. 이 쌀을 농민들이 2주마다 23가마씩 직접 기숙사까지 수송,공급하게 된다.

농민회도 학생들의 고마운 뜻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쌀 공급가격을 시중보다 가마당 3천원이 싼 10만5천원씩에 공급키로 했다.

유네스코학생회장 박양은 『나머지 6개 기숙사에서도 산지의 쌀을 직접 구입하도록 추진하겠다』면서 『우리대학뿐 아니라 사회전체에 이 운동이 번져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민회 정사무차장은 『비록 양은 많지않지만 학생들이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도우려 애쓰는 정성에 마을사람들 모두가 감동하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학생들과 농민들은 계약을 끝낸뒤 마주앉아 점점 어려워가는 농촌의 현실에 대해 진지한 토론도 벌였다.

농민들에게서 직접 사들인 쌀로 지은 「사랑의 밥」은 5월부터 기숙사 식당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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