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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아진 낙동강 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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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아진 낙동강 물(사설)

입력
199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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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놀유출 소동이 아랫배를 짓누르듯 쌓이기만 했던 체증이 단숨에 확풀리는듯 속시원한 소식이다. 페놀유출로 악취가 진동하고 식수원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했던 낙동강 물이 페놀유출 소동 20여일 만에 한결 맑아졌다는 것이다.부산지역의 상수도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양산군 물금면 화명정수장의 수질분석에 따르면 페놀유출 소동이 발생했던 지난달 16일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4.1PPM으로 수질기준 3급수로 떨어졌던 낙동강 강물이 페놀소동이후 차차 맑아지기 시작,지난 7일이후에는 계속 2.5PPM을 유지하여 2급수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낙동강 최하류에 위치한 화명정수장은 낙동강의 여러 정수장중에서도 수질오염이 가장 심한 정수장으로 꼽혔으며 페놀소동과 함께 수질이 상수원으로 사용하기에 한계점에 이르른 3급수임이 밝혀지자 4백만 부산시민의 건강을 위해 상수원을 옮겨야 한다는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기까지 했었다. 바로 그러한 화명정수장의 수질이 페놀소동 20여일만에 2급수로 개선되었다고 하니 그 무엇보다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화명정수장의 수질회복은 페놀소동 이후 환경보호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시민단체들의 활발한 활동과 당국의 감시 강화로 상류에 위치한 공단지역의 생산공장이 산업폐수의 무단방출을 자제하고 시민들도 생활오수를 함부로 버리지 않은 결과다. 어쨌든 단지 20여일만에 3급수로 떨어졌던 수질이 2급수로 회복되었음은 놀랍지 않을 수 없으며 이같은 사실은 앞으로 환경보호운동을 보다 내실있고 활발하게 전개하면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오염된 환경을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염된 수질의 개선과 파괴된 환경의 복원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화명정수장의 수질회복은 우리에게 힘을 북돋워 주고 있다. 페놀소동이후 물밀듯이 쏟아진 환경파괴와 식수오염 고발은 환경보호에 관한 경각심을 높인 면도 있지만 국민들을 불안속에 빠뜨리게 한 측면도 없지 않다.

환경파괴와 수질오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쓰레기더미에 파묻히고 구정물속에 빠져 물도 마음놓고 못마시고 식사를 해도 몸에 이로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인지 몸을 망가뜨리는 독극물을 섭취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모두가 느껴온 불안이었다.

그러나 온 국민이 저마다 생활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환경보호에 힘을 합치면 오염된 강물이 다시 맑아지고 자연환경이 원상을 회복할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활로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의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은 방심과 부주의의 결과였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질오염의 주범인 합성세제의 사용억제 등으로 생활오수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 체제의 정착,폐품 재활용 등 작은 실천을 체질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페놀소동이후 고조된 경각심과 의지를 더욱 발전적으로 지속시키는 것만이 모처럼 개선된 낙동강 수질을 다시 오염시키지 않고 전국의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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