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수적열세… 격렬투쟁/원로들,퇴진요구 반발/국민당 지도부 보·혁 절충 민주화 전망대만의 「헌정개혁」 작업을 위해 소집된 국민대회와 입법원이 폭력사태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8일 국민대회 개막식에서 이등휘총통이 연설하는 동안 신속한 개혁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던 민주진보당 소속의원 8명이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한뒤 퇴장을 당했는가하면 12일에는 양숙융 입법원장이 민진당의 한 의원으로부터 뺨을 엊어맞는 봉변을 당했다.
40년대말 제정된 헌법의 근본적인 개정작업을 위해 동시 소집된 국민대회와 입법원이 이처럼 개막 벽두부터 폭력사태로 파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1차적인 이유로서는 물론 집권국민당의 주도에 이끌려 갈수밖에 없는 야당의원의 수적열세가 지적된다. 민진당은 헌법개정안을 최종의결하는 국민대회에 11석(총 6백13석),헌법개정안을 심의해 국민대회에 회부하는 의회격인 입법원에 21석(총 2백82석)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야당은 헌법개정작업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이처럼 극한투쟁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다른 또 한가지 이유로서는 이번 헌법개정에 따라 정계은퇴가 불가피한 종신직 원로의원들의 반발 때문이다.
국민대회와 입법원의 의석중 직선의석은 각각 84석과 1백1석으로 나머지 의석은 지난 47년 대륙에서 선출된 이른바 원로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80대의 고령인사들이 대부분인 이들 원로의원들의 은퇴문제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야당의 끊임없는 표적이 되어왔다. 그러나 원로의원들은 국민당정부가 중국전체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며 국민당 지도부의 자진은퇴요구에 저항해왔다.
지난달 27일 국민당의 정책결정지구인 중앙상무위원회가 마련한 개정헌법안 초안은 양자의 요구를 적절히 절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헌법개정안은 국민대회의석을 현행 6백13석에서 3백27석으로 줄이고,입법원 의석수도 1백61석으로 지금보다 69석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기구 모두 의석의 3분의 2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중국본토인과 해외화교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직선의석수의 비율을 대폭 늘리면서 동시에 중국의 합법정부라는 국민당의 주장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한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헌법개정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대회 원로의원들 1백여명이 개혁반대의사를 표시했으며 입법원내에서도 보수세력들이 화교대표의 수를 늘리자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국민당 지도부가 내놓은 헌법개정안도 미흡하다고 생각하는터에 원로의원들이 이 개혁안마저 희석시키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자 민진당 의원들이 가만둘리가 없었다.
민진당 의원들은 양대기관의 의원모두를 직선으로 선출해야하며 원로의원들을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탄대결을 불사하는 원로의원과 야당인 민진당 의원들의 극한대립은 오히려 국민당 지도부의 의사대로 헌법개정이 진행될 공산을 높여주고 있다.
이등휘총통을 중심으로한 국민당 지도부는 2단계 개헌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다. 즉 ▲현재의 국민대회와 입법원으로 1단계 개헌을 하고 ▲현재의 국민대회는 금년말까지 모두 퇴진하며 ▲올해말까지 새로운 국민대회를 선거해 내년봄에 국민대회 임시회의를 소집하고 ▲이 임시회의에서 제2단계 개헌을 하겠다는 일정이다.
국민대회와 입법원 개막벽두부터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번 헌법개정안이 갖고있는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대만의 여론 연구재단의 팅던유 회장은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하고 『지난 40년 이상이나 존재해온 정치체제가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이번 회기중에는 48년 제정돼 총통에게 초헌법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긴급 포고령인 「동원감란시대」(반란평정을 위한 동원시기)의 해제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포고령의 해제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매우 중요한 「상징적 조치」가 될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88년 장경국 전 총통의 뒤를이어 권자에 오른 이등휘총통은 급진적 개혁요구와 보수파의 의견을 적절히 조화시켜가며 민주화를 한발한발 실현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