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서 새 구상 발표 예정/일,의구심 못버린채 획기적내용 기대오는 16일 일본을 공식방문하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냉전후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전보장문제에 관한 새로운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일본과 미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양국정상회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서 아·태지역 안보를 위해 두나라가 대화와 교류를 확충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고프바초프의 이번 동북아시아 나들이는 이 지역 안보문제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안보우산에 국토방위를 의존해온 일본은 지금까지 소련을 「가상적국 제1호」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소련과 지역안보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일이 없었다.
이런 상황하에서 공동성명에 『양국간에 안보논의를 확대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본은 소련의 동북아 안보논의 제안러시를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선전공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수용태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86년 7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연설에서 전 유럽안전보장회의(CSCE)를 모델로한 태평양회의 개최를 제안한 이래 소련은 5,6차례나 비슷한 제안을 거듭해왔다.
미국과 일본은 소련의 속셈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해군력 상호감축을 실현시킴으로써 미국에 비해 열세인 해군력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보아 시큰둥하게 들어넘겨왔다.
소련이 앞장서 태평양함대의 함정수를 줄이고 베트남과 몽골주둔군을 철수시키는 등 성의를 표했지만 일본은 그것이 낡은 장비의 대체이며 철수란것도 시늉뿐 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미·일·중·소 등 4개국 안보세미나에 다녀온 니시하라(서원정·방위대교수)란 일본학자는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했을때 후바토프사령관이 『소련은 이미 1백6척의 함정을 퇴역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니시하라 교수는 그러나 『방어적 군사독트린을 천명한 소련이 3척의 항공모함을 건조중이며,군사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사실 등으로 보아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니시히로(서광정휘) 일본 방위청고문도 『동유럽 주둔 소련군의 이동으로 극동소련군은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몽골로부터의 소련군 철수라는 것도 국경선에서 물러선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전 유럽안전보장회의 같은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일본측은 『남북한이 대치한 한반도정세와 캄보디아사태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보다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력 향상이 안정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사고방식이다.
소련은 작년 9월 ▲대규모 군사훈련의 상호통보 ▲사격훈련을 위한 일정수역폐쇄의 사전통보 ▲군사훈련에 상호참관인 초대 등 8개항을 제안하면서 서로간에 신뢰감을 양성하는 조치(CBM)를 취하자고 요청한바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소련보다 월등하게 우세한 미국의 태평양지역 전력을 저하시키려는 속셈으로 간주,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소련을 가상적국 제1호에서 삭제했지만 일본정부와 국민들은 소련을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로 손꼽고 있다. 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가장 소중히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환영하지않을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소련 사상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소련의 국가원수가 일본의회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안보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게된다는 사실은 이 지역정세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 신문들은 이 연설을 「동경독트린」이라고 표현하면서 의미를 확대시키고 있는데 『블라디보스토크와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과 같은 내용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거기에 새로운 내용이라면 북방 4개 도서에 주둔중인 소련군 철수선언이나 한반도문제에 대한 제안이 포함되지 않을까하는 관측이 유력하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아·태지역 안보관련 소련제안
●블라디보스토크 연설(86년 7월 고르바초프)
전 유럽안보회의(CSCE)를 모델로 태평양회의를 개최하자. (태평양의 핵무기탑재함 폐기 및 축소,대잠수함병기 제한 등)
●인도네시아 「무르데카」지 인터뷰(87년 7월동)
미소의 핵무기 추가배치를 정지하자.(태평양 및 인도양에서의 해군훈련제한과 사전통고)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88년 9월동)
①핵무기 추가배치를 정지하자.
②해군력 확충중지를 협의하자.
③일·중·소 및 남북한의 군사대결 완화를 협의하자는 등 전아시아 안전보장에 관한 7개항.
●북경연설(89년 5월동)
유엔지원에 의한 「전아시아적 프로세스」(아시아안보)를 구축하자. (90년까지 극동 소련군병력 12만명 감축계획발표)
●블라디보스토크 연설(90년 9월 셰바르드나제 당시 외무장관)
포괄적 안보기구 창설협의를 위해 93년 가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 외무장관회의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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