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본께 내각제 관련 큰 변화/노 대통령 “양김 기회가져야”/14대후 「DJ변화」 염두 둔듯/“「특정인 위한 개헌」 불식위해 친인척·군출신 배제”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의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3일 청와대 「가족회의」 내용이 정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날 모임서 박장관이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월계수회에서 손을 떼도록 노태우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6공후반기 노대통령의 정국구상의 일단이 내비쳐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노대통령과 김복동·금진호씨 박장관 등 4인이 부부동반으로 참석,저녁식사를 함께 한뒤 김옥숙여사와 부인들은 자리를 옮기고 4인은 계속해 얘기를 나누었다는 것.
노대통령은 이날 상오 김·금씨에게 만찬모임을 통고했고 박장관은 때마침 체육부 주관 행사참석관계로 부산에 내려가 있다가 청와대측의 연락을 받고 이날 하오 급히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관은 부산에 내려가서 자신이 고문직을 맡고 있는 민자당의 방계조직인 한청(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행사도 참석할 계획이었다가 강재섭의원을 대신 부산으로 내려오도록 부탁하고 서둘러 상경한 것.
부부가 함께 모인자리에선 집안얘기 등 일반적인 화제만 나눴으나 저녁식사후 노대통령과 3인을 술을 함께하며 월계수회문제·차기대권 및 후계구도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
이 자리에선 노대통령이 주로 얘기를 꺼냈고 간간이 김복동·금진호씨가 발언을 했으며 박장관은 대체로 듣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박장관에게 『월계수회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지난번 나창주의원이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발언을 했다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라고 질책을 했다는 것.
노대통령은 이어 『박장관은 월계수회조직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말라. 항간에는 대권도전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자꾸 나서면 될일도 안된다』며 박장관에게 월계수회와의 관계를 「정리」할것을 지시했다는 것.
노대통령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얘기를 이어가자 술자리 분위기가 긴장됐었다는 것.
노대통령은 이어 대권문제 등 여권일각에서 후계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 불쾌한 의중을 내비쳤고 특히 친인척문제와 관련된 후계구도 운운의 여론에 「쐐기」를 박아 참석자들이 당황했었다고.
노대통령은 특히 『우리집안에 나하나로 족하다. 누가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일』 『다음에는 문민정치가 실현돼야하며 군인출신은 나로서 끝나야 한다』고 했다는 것.
노대통령은 처남인 김씨에게 『김장군도 이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라고 했고 동서인 금씨(무역협회 상임고문)에겐 지난번 무역협회장직 선출과정을 지적,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는 후문.
○…이때부터 노대통령과 3인은 서로 술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다소 고조됐는데 특히 노대통령은 후계구도 및 후반기 정국구도방향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3당 통합의 대전제가 내각제개헌 추진인데 이제까지 김영삼대표와 허심탄회하게 개헌문제를 논의해본적이 없다. 당내서 자꾸 대권대권하면 될일도 안된다(박장관 지칭한듯). 내년 봄쯤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테니 잘 지켜보라』고 했다는 것.
노대통령은 『어쨌든간에 김여삼·김대중씨도 나름대로 정치발전에 기여해온 사람들인데 그들도 한번쯤 기회를 가져야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언급했다는 것.
이 대목을 두고 민자당에서는 노대통령이 14대 총선후 내각제개헌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복동씨도 이 자리서 그렇게 해석한듯 『내각제 얘기는 이미 끝이 났는데 잘될것 같습니까』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군출신배제 내용과 관련,『이종찬의원은 대상이 되느냐』고 묻기도 한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 가량이 지난후 노대통령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내실로 들어갔고 김·금씨와 박장관이 그자리에서 따로 남아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김·금씨는 박장관에게 『당신때문에 우리까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제발 조용히 있어 달라』고 「충고성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은 청와대 가족회의 이튿날인 3월24일 서동권 안기부장·김윤환 민자총장·정해창 비서실장·손주환 정무수석 등을 불러 가족회의 결과를 설명했고,서부장과 손수석은 김영삼 대표에게 노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했으며 「곧 박장관에 대한 후속조치가 있을 것」임을 귀띔했다는 것.
지난 4월1일 김대표가 김대중 평민총재와 「대구회동」을 통해 ▲내각제개헌 반대 ▲공안통치배경 등 5개항을 합의한 것도 이같은 청와대측의 기류를 감지하고 「선제공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가족회의에서 오간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후계구도와 관련해 노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정국운용방안 내지 정치일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노대통령이 아직도 의원내각제 개헌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있으며,이를 전제로한 후계구도설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말하자면 노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가 아직은 내각제개헌을 반대하고 있으나 14대총선후엔 여야 의석분포 및 민자당 내부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같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이기도한 내각제의 필요성을 지난번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더욱 절감했을뿐 아니라 현정치세력간의 갈등·대립구조를 고려할때도 「공생이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그같은 구상이 국민적 명분을 얻기위해서는 개헌추진에 따른 실리가 특정인사나 그룹에 돌아가지 않도록 막아야한다는 복안아래 친·인척과 군출신인사 배제의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비롯,여권핵심부는 14대총선 이후 가능한한 여야 합의개헌 도출을 계산하고 있는 것같다.
노대통령은 우선 민자당 내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박장관을 1차적으로 「정리」했는데 그 이면에는 김대표이 입지를 넓혀줌으로써 광역의회선거 이후 김대표를 설득해 나간다는 복안일수가 있다. 그러나 지난번 「대구회동」에서 두 김씨가 내각제개헌 추진에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듯이 현시점에서 김대표가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권핵심부가 내심 기대를 걸고있는 부분은 이미 기초의회선거 결과에서 야권의 취약한 지지기반이 드러난 점에 유의,광역의회선거 및 14대총선후 김신민총재의 입장변화 가능성일 것이다.
여권핵심부는 이와함께 14대총선후 민자당 각계파의 사정과 여야의석분포가 내각제개헌을 추진할 「정치환경」이 될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광역의회선거후 민주계측에선 어떤 형태로든지 후계구도 가시화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민정·공화계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것으로 보여 후계구도와 맞물린 6공 후반기 「정국구상」 문제는 예상보다 앞당겨져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전망된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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