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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IMEMO 일·태평양부장 발레리·자이체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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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IMEMO 일·태평양부장 발레리·자이체프 기고

입력
199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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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경협 잠재력 크다”/심각한 장애·무한한 기회병존/소 자원·기술 상품화 연결 가능오는 19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소련최대의 싱크탱크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발레리·K·자이체프 일본­태평양 담당부장이 한소 경제협력 방안에 관한 논문을 본보에 기고해왔다. 자이체프부장은 이 논문에서 『한소 경제협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전제하면서 한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소련에 투자해 소련경제개혁의 견인차가 되기를 희망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요지이다.<편집자주>

소련과 한국은 지난 90년 한해동안에만도 10억달러에 달하는 교역량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미국 일본 EC 그리고 중국에 이어 소련이 한국의 5번째 주요 교역국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양국간 경제교류의 장래를 비관이나 낙관 어느한쪽에만 치우쳐 전망하기란 매우 어렵다. 양국 사이에는 상호 이익이 되는 커다란 경제적 기회가 있는반면 그것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요인들이 아울러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불안한 정치상황 등 경제외적인 장애요인들은 별도로하고 우선 한소 양국의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되고있는 경제적 측면을 요약해 본다.

첫째,지난 10년간 양국은 서로 다른 산업화과정을 밟아왔다. 이 기간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지만 대다수의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소련은 수평적 분업에 바탕한 국제교역형태에 적응할수 없었다.

둘째,소련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기업들은 아직까지 정부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감시받는 소련의 경제구조로인해 경영상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련의 복잡한 정책결정과정과 낙후된 통신체계 등은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셋째,외국인의 직접투자 등 대외교역에 관한 소련의 국내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난해하다.

넷째,한국 기업인들에게 소련경제는 내부 사정을 전혀 파악할수 없는 일종의 「블랙 박스」처럼 보일 것이다. 타당하고 신뢰할만한 기업정보의 부족은 한소 양국의 경제협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오랜기간동안 각자 상이한 체제에 길들여져온 양국기업인들의 업무방식에 관한 인식과 입장차이도 쉽게 해소되기 힘든 부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제시한 여러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및 교역조건들을 갖고있다. 무엇보다 소련의 국내시장규모와 경제적 잠재력을 들수 있다. 또 불확실한 소련국내의 정치상황과는 관계없이 소련경제는 앞으로도 자체의 생존을 위해 분권화된 시장경제와 대외개방쪽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에 필수적인 외국자본과 기술의 유치를 위해 투자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소양국이 추진할수 있는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형태로는 어떤것들이 있을까.

첫째가 합작투자다. 예를 들어 한국의 기업이 소련에 합작기업을 세우고 소련의 자원과 한국의 경영노하우를 결합시키는 방식을 들수 있다. 이 경우 중국 또는 북한 등 인접국들로부터 노동력을 끌어올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소련의 극동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직 이에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현재 연구가 진행중이며 멀지않아 자본과 노동력 그리고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할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할수 있는 것이 소련이 그동안 기초과학분야에서 축적한 첨단기술을 한국에 제공해 상품화시키는 방안이다.

유럽·미국·일본의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바대로 소련은 일반제조업에 응용할 경우 상품가치가 매우 높은 기술상의 노하우를 여러방면에서 쌓아왔다. 특히 잘알려진 기술로는 항공기와 군사장비·인공위성과 우주선에 관한 기술을 들수 있지만 이것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소련이 수십년동안 세계상품시장에서 격리된채 개발해온 첨단과학기술은 신소재,파인 세라믹스,생물공학 등 첨단산업의 거의 전분야에 걸쳐있다.

소련의 이러한 첨단과학기술이 관련산업에 응용되지못한 이유는 구태의연하고 비효율적인 소련기업의 경영방식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상의 발달된 노하우를 지닌 한국기업들이 사장돼 있는 소련의 첨단과학기술을 상품생산에 적용한다면 한소 양국간에 탄탄한 경제협력의 토대를 구축할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제시한 한소양국간 경제교류방안의 실효성여부는 소련의 개혁속도와 방향에 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소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의 자세이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소련경제에 잠재돼있는 무한한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소련의 시장여건을 개선하는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는 강한 의욕과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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