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 국민의식 바꾸는 전기”/정치세력화 제의도장애인들은 또한번 승리했다. 3·26 지방의회 의원선거는 숱한 화제를 남겼지만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전국에서 장애인의원이 12명이나 탄생했다.
12일 정오 서울63빌딩 튤립홀에서는 건강한 일반인들을 이기고 마을 선량으로 뽑힌 12명이 한자리에 모여 장애인만세를 외치며 장애인문제의 해결을 위한 일꾼으로 봉사할 것을 다짐했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자협회가 기초의회개원(15일)과 11회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개최한 당선자 축하회는 이들의 당선이 장애인문제 해결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성취의 감격속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됐다.
선거에 출마했던 장애인후보는 모두 32명. 이중 당선자 12명은 1명도 무투표 당선없이 표대결 끝에 승리자가 됐고 1등 당선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도 왼쪽다리장애인인 장기철회장(51)은 인사말을 통해 『몸이 불편한데도 정상인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모여준 여러분들의 정신만 보아도 당선된 이유를 알겠다』고 축하한 뒤 『여러분들의 당선은 지자제 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장애인 인식을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회장은 또 장애인문제를 전담하는 국무위원급 독립부서의 신설을 정부에 촉구하고 장애인조직의 정치세력화를 제의했다.
이어 당선자인사에 나선 울산군 최고득표자 이동석씨(41·건설업체대표)는 두다리를 못쓰는 1급장애인. 양쪽 목발을 짚은 이씨는 『어디사람이 없어 저런 인간을 대표로 뽑겠느냐』는 질시를 받으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선거에 임했다고 말했다.
3세때 소아마비에 걸린 이씨는 국교입학때부터 거부를 당했으나 통신대 과정까지 마쳤고 두다리가 불구인데도 10년전 현장감독으로 일하다 비계붕괴 사고로 왼쪽다리를 다치는 설상가상한 불운을 이겨낸 사람이다.
이씨는 앞으로 공업지역의 자연환경보전에 의정의 역점을 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 남동구에서 1등 당선한 김경학씨(33·고려상사 영업부장)는 고3때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다리가 의족이지만 8년간의 끈질긴 연애끝에 결혼을 했고 취직후에는 발로 뛰어야 하는 영업직을 자원해 책임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번도 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한 일이 없다』는 김씨는 『선거공탁금 2백만원을 한푼두푼 모아준 주민들을 위해 실력있고 똑똑한 의원으로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원당선자들과 협회산하 15개 지부장들은 공식행사가 끝난뒤에도 현행 장애인복지의 문제점과 구체적 개선사항에 이르기까지 열띤 난상토론을 벌였다.
경남 마산시 회원구의회 의원 당선자 김종대씨(37·건설업)는 『이제는 장애인들이 신체의 불구때문에 고립되지말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참여하고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스스로 장애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애인만세』,『장애인복지만세』를 외치며 모임을 마친 참석자들은 장애인의 날에 또다시 승리의 만세를 부르게 될 것이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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