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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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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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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안갖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늘어 가고 있다. 이들이 결식 학생이 아님은 물론이다. 점심시간에 주문도시락을 사서 먹는다. 번창일로의 외식산업이 학교에까지 진출 하였다. 고객은 국민학교생부터 중고교생까지­. 서울의 강남지역과 맞벌이 학부모가 많은 변두리에서 성업중이라고 한다. ◆학창시절의 추억 가운데 하나로 도시락의 맛은 누구나 잊지 못한다. 반찬으로 쇠고기장조림과 달걀이 있으면 진수성찬이었다. 멸치볶음에 김치만 담겼어도 입맛이 당겼다. 친구들과 어울려 반찬그릇을 내놓고 서슴없이 나눠먹는 풍경은 재미롭고 아름답기만했다. 김치 한가지를 갖고온 아이도 부끄러운줄 몰랐다. 같이 먹고 함께 즐거워하는 멋과 맛은 오래 잊힐래야 잊힐수가 없다. ◆도시락은 학생에게 끼니도 끼니지만,어머니의 손길과 정이 묻어 더욱 소중한 것이다. 무심하게 먹는 자녀들은 그런가보다 하지만 반찬거리에 대한 어머니의 고심은 대단하다. 맛과 영양을 고루 생각해야 하며 하루 하루의 변화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수가 없는 노릇이다. 때론 짜증이 나겠지만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 아닌가. ◆세상살이가 바쁘고 각박하다보니 도시락 풍속도마저 차츰 달라져가고 있다. 학생들의 주문식은 이점도 있는것 같다. 맞벌이의 경우는 아주 편리하고 가방의 무게를 줄이며 편식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반면에 목돈을 내야하는 부담이 따르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은 마음이 별로 편하지 못할것은 쉽게 짐작이간다. 게다가 영세업체들의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가 의문이기도 하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든,아니면 주문도시락을 먹든 시와 비를 가릴 일은 아니다. 다만 정보다 편의,그리고 무엇보다 안락을 원하는 세태가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도시락의 우정과 추억은 한낱 옛이야기로 남을 것인가,입맛의 획일화가 학생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늑한 고향을 잃어 가는듯한 허전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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