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이념무장 과학기술·경제발전 저해/한국서 개방 일방강요땐 북강경노선 위험”방한중인 마지막 주북한 동독대사 한스·마렌츠키씨(57)는 10일 『북한의 주체사상은 북한주민들을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키고 사상무장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북한사회를 심각한 침체상태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지난 88년 1월부터 통독직전인 지난해 3월까지 2년3개월동안 주북한대사를 역임했던 마렌츠키씨는 이날 한국외국어대 한국지역문제연구소가 주관한 「45년간의 주체사상과 북한주민의 행태변화」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주체사상은 스탈린사상과 모택동사상,서양에서 1백여년전에 유행했던 유토피아사상 및 공자의 유교사상이 혼합된 복합사상체계로 이론이라기보다는 주의나 주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주민과 학생들은 심한 사상교육부담과 함께 노동시간이 많아 과학적 사고나 지식을 획득할 기회가 적기때문에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의 발전이 크게 저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렌츠키씨는 이와함께 북한 경제는 명령경제체제로 경쟁이나 인센티브요인이 결여돼 있으며 전쟁을 강조하는 전쟁공산주의가 경제침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마렌츠키씨는 특히 『북한이 생산하는 상품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30년이나 뒤져있다』고 밝히고 『북한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나 이를 위한 자본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렌츠키씨는 통일문제와 관련,『동독은 통일되기전 TV시청이나 여행을 통해 서독에 대해 잘알고 있었지만 현재 북한주민은 남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며 『독일과 남북한의 통일여건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독일에서와 같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겨 흡수하는 것보다는 양쪽 모두가 승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한반도에서 이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일의 주체는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민중이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정부가 개방정책을 펴는 것은 잘하는 일이나 개방준비가 안돼있는 북한에 개방을 강요할 경우 북한이 강경노선을 취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학박사인 마렌츠키씨는 동독의 주루마니아 대사관 참사관 주파키스탄 대사를 역임했고 통독후 포츠담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곧 브란덴부르크 란데스대학 정치학교수로 발령 받을 예정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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