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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남정책 정·경 분리신호/직교역 수용·당국자간 회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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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남정책 정·경 분리신호/직교역 수용·당국자간 회담 거부

입력
199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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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심각 경제실리 선택/정치문제선 「민간참여」 집착/「유엔가입」·고르비방한 등에 초조감우리정부가 지난 10일 남한의 쌀과 북한의 시멘트·무연탄 직교역을 승인하고 이를 발표한직후 북한이 남북당국자간의 회담에 거부의사를 표명한 것은 북한의 대남정책이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금강산 국제무역개발회사」를 내세워 분단후 처음으로 남북직교역에 합의한 것은 경제적인 실리를 위해서는 남한측과 협력교류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조평통)의 안병수 부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등 당국자간의 회담에 대한 거부의사를 「간접시사」해 「2중성」을 노정했다.

북한은 우리정부의 88년 10월 「대북교역 문호개방조치」후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이 늘어나고 올해들어 매월 교역량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게되자 더이상 간접교역을 게속유지하는것 보다 직교역으로 바꾸는 것이 북한경제에 도움이될 것으로 판단한것 같다.

북한의 경제적 태도변화의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쌀 등 식량난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 천지무역상사(대표 유상렬)로부터 5천톤의 쌀을 도입하는 것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모두 10만톤을 무연탄·시멘트 등과 바꾸는 물물교역을 하는데도 구두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북한이 올해초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제3국 상사를 통해 우리측에 「쌀 10만톤을 국제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을때 우리정부가 FAO와 GATT 규정에 위배된다는 점을들어 「직접교역일때는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것과 그 수입규모와 방식 등이 일치된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 우리정부가 88년 10월에 밝힌 「대북교역 문호개방조치」중 『남북간의 교역은 내부교역으로 간주하고 관세 등을 부과치 않겠다』는 규정을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를 한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북한은 한국일보사와 기독교계의 「사랑의 쌀」나누기운동본부가 공동으로 모금,지난해 7월 북한에 보낸 8백톤의 「사랑의 쌀」에 대한 감사표시를 한것으로도 풀이된다.

왜냐하면 당시 양측 추진자인 「사랑의 쌀」 본부상임위원 유회장과 재미교포로 금강산개발회사의 총사장인 박경윤씨와의 채널을 계속 유지해 이를 이번 직교역의 공식창구로 삼았다는 사실은 유회장과 「사랑의 쌀」 본부가 북한측에 약속한 「비공개」원칙을 일본언론이 12월 보도할 때까지 지켜준데 대한 신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외화부족이다.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외화를 갖고있지 못하고 풍부한 무연탄·시멘트 등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크게필요로 하지않아 이를 원하는 남한측과 물물교환 방식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러한 경제적 태도 변화가 대남개방의 의사로 볼 수는 없다.

북한은 올해 김일성 신년사에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 언금,중앙정부의 외교·군사권을 지방정부에 어느정도 이양하는 쪽으로 수정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후 2월 미국 버클리대에서의 박영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최근 방일중인 대외문화연락협회 정준기 위원장의 잇단 발언으로 11일의 최고인민회의나 오는 15일의 김일성 생일,4월말의 IPU총회 등에서 「새 통일방안발」을 표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10일밤 안의 발표내용은 이런 난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고 11일 최고인민회의서는 예결산심의만을 했다. 안은 김일성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을 설명한 뒤 팀스피리트훈련,남한측의 유엔 단독가입 움직임 등을 들어 남북 당국자대화의 결렬책임을 남한측에 전가했다.

북한은 특히 「당국·민간대화병진」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측의 야당·재야와의 「연방제」논의→통일정치 협상회의→8·15를 전후한 범민족대회 개최 등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있다.

또한 현재 합동훈련중인 탁구단일팀과 앞으로 축구 단일팀 등을 유엔가입 논리인 「단일의석 가입」과 연결시킴으로써 체육·문화교류의 순수성마저도 의심케 하고 있다.

정부측은 이같은 북한의 정치적 강경선회는 최근 우리측의 유엔 단독가입 움직임과 고르바초프의 방한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보고있다.

특히 북한은 대 주민홍보용으로 개발한 고려연방제 수정안과 체육·문화 등에서의 「통일열기」가 더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데 따른 초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외교면에서의 실리추구정책을 계속할 것이지만 대남정책에서의 강경태세는 당분간 견지할 것으로 분석된다.<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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