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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이 허문 장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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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이 허문 장벽(사설)

입력
199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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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후 남북간에 첫 직교역이 실현된다는 낭보이다. 담을 쌓고 지내온 세월이 너무 원망스러웠기에 이 소식을 듣는 기쁨은 더욱 크다. 남한 쌀과 북한 무연탄·시멘트의 직교류는 지난 88년이후 지금껏 제3국경유 간접교역에 그쳐왔던 남북교류에 새 장을 연것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아울러 국제적 기류와 너무 동떨어져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수 있게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앞선다.이번의 직교류 합의가 지닌 의미는 자못 현실적인 것이기도 하다. 남한에 남아도는 쌀을 북한으로 보내고,모자라는 무연탄과 시멘트를 받아들인다는 것이야말로 「유무상통은 쌍방의 이익이 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경제원칙의 확인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원칙의 실현에 이르기까지에 만도 우리가 겪어야했던 우여곡절과 고생스러웠던 품을 생각하면 진정 반가운 사태진전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현실보다는 명분을 지나치게 앞세웠기에 언제나 원칙론만을 되풀이,진전의 가장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번에 북한이 남북 물자교역 사실공개에 과민반응을 보여왔던 과거의 자세에서 벗어나 직교류실현에 합의한것은 드디어 북한도 제한적일망정 현실에 눈을 떴음을 의미,앞으로 새로운 교류확대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고 하겠다.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의 어려움을 겪은끝에 타국과 무역규모를 늘리는것보다 남북간에 잉여물자를 교환하는게 이롭다는 현실인식에 이른 마당인데 서로가 이로운 직교류확대야말로 당연지사로 여겨지는 것이다.

서로 보완적이고 실속도있게 마련인 이같은 경제교류는 비록 명분이나 정치색을 떠나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주고 민족내부의 역량을 축적하는데 실제적인 효과와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겠다. 이번 직교류 실현도 한국일보사가 기독교계와 함께 벌인 사랑의 쌀나누기운동이 계기가 됐다고 할만하다. 사랑의 쌀이 북한에까지 전파된끝에 직교류의 물꼬마저 트이게한걸 보면서 우리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궁극적 통일실현은 명분보다는 호혜와 현실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함을 생각하게 된다.

남북이 정치나 사상을 떠난 자연스런 실리추구와 협력으로 동반자적 발전을 모색하고 신뢰를 쌓아나갈때 통일로 이르는 새 지평도 열릴것이 아니겠는가. 이 때문에 우리는 일찍부터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교류·협력이 우선함을 거듭 천명해왔던 것이다.

북한도 이번의 직교류합의를 시발로 실리추구가 정치를 앞서는 오늘의 국제현실을 대폭 수용,더이상 명분에 사로잡히지말고 남북간의 교류확대와 협력에 나설것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우리정부도 모처럼 마련된 남북교류의 새 장을 더욱 확대·발전시키려는 성의와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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