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엔가입을 처음 시도한 것은 1949년이었다. 당시 고창일 외무장관서리 명의로 가입 신청서를 처음 제출했던 것이다. 안보리 표결결과 9대 2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으나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가입을 위한 첫 시도는 좌절되고 말았다. 두번째 시도는 55년 18개국 일괄 가입안을 다룰때 이루어졌다. 당시 미국이 유엔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한국과 월남을 포함시키자고 제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소련의 거부권에 의해 부결되었다.이어서 56년에는 13개국 공동 제안에 따라 한국 가입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되었으나 찬성 10 반대 1(소련)로 부결되었다. 58년 유엔 안보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섯번째 시도는 75년 남북 월남가입안을 다룰때 한국가입안도 재심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이뤄졌으나 안보리에서는 의제로 조차도 채택해 주지 않았다. 다섯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은 금년에 여섯번째의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최초의 시도가 있은지 42년만이고 다섯번째 시도이후 16년만이다.
이번에 시도되는 여섯번째 노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북한이 갖고 있다. 북한이 단일국호아래 같이 유엔에 들어 가자는 주장을 버리고 현상태로 함께 들어가자는 남한 주장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은 알고 보면 북한에서 먼저 세번이나 제의했던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통틀어 4차례에 걸쳐 유엔 가입신청을 한 일이 있는데 그중 3번이 동시 가입안이었다. 북한이 처음으로 가입신청을 낸 것은 남한이 처음 신청했던 49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입신청은 신회원국 가입심사위원회에 회부조차 되지 못했다.
소련이 제출한 회부결의안이 찬성 2 반대 9표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어서 소련을 통해 56,57,58년 연이어서 남북한 동시 가입안을 제출했지만 번번이 찬성 1 반대 9 기권 1로 실패했다. 그처럼 동시가입을 주장해오던 북한이 단일국호 가입으로 바꾼것은 남한의 73년 6·23 외교선언 때문이었다. 남한이 북한의 유엔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자 북한이 동시가입 주장을 철회해 버렸던 것이다.
북한이 18년전에 버린 카드를 이제와서 남한이 쥐고 앉아 북한을 손짓하고 있다니 정말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었다는 얘기도 된다.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화해와 공존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만이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고 혼자 냉전시대에 그대로 남아 있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있는데 오로지 북한만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누가 뭐래도 북한쪽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게 북한이라는 존재라면 이제부터 소련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북한의 억지에 끌려다니는 것은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아니라 더욱 못된 고립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제주도에 오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나 평양에 간다는 이붕 중국총리는 이제 북한을 도와주는 길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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