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서방측에 식량원조를 요청한 것이 이젠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금년들어 2월말 현재 공업생산량이 4.5% 감소되고 정부의 육류수매량이 13%나 줄었다는 것도 그들은 감추지 않는다. 체제의 경직성이 경제침체의 원인이라고 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과도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고있다. ◆자유화 추세에 밀려 악화된 경제난을 해소키 위해 30억달러의 경협을 요청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입장에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내외문제로 쫓기는 입장이라고해도 16일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19일 귀국길에 잠시 제주도에 기착해 노대통령과 만나기로 된 일은 외교관례에서 어딘지 매끄럽지 못한 인상을 준다. 경협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가 크다해도 그렇다. ◆그런가하면 소련공산당내 보수파가 고르바초프 대통령부재중에 당중앙위 총회개최를 시도하며 이것은 그를 해임하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지난주 소련작가 라자르·카렐린은 1861년 농노를 해방시키고 훗날 암살당한 제정러시아의 알렉산드르 2세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비유하는 글을 프라우다지에 발표했다. 그의 비유에 무리가 있어도 불안한 그쪽 정정은 느낄수가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그가 실각한다면 강경보수파가 재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그런일은 서방측이나 소련인의 대다수가 원치않는다는 소신을 보이고 있다. 알렉산드르 2세의 제거에 레닌의 맏형 울리야노프가 가담했고,그 뒤를이은 황제 알렉산드르 3세는 보복이라도 하듯 극단적 보수체제를 굳혔다. ◆작가 카렐린은 그런 역사의 반복을 우려한 것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정치테러는 생각할 수 없지만 보수파의 반발이나 탄광파업 등 소련내부의 불안은 소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회담이 비록 세련돼 보이진 않아도 긍정적 열매를 보이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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